우리나라의 장애학생 교육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이나 특수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부모들은 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일반학급에 넣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소수의 장애학생만을 위한 학습지도는 꿈도 못 꾸고 있고, 장애학생은 장애학생대로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자체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경산의 금락초교는 장애학생을 위한 통합교육으로 보기 드문 성과를 이뤘다. 금락초교는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가 주최한 '통합교육우수기관 공모전'에서 지난 24일 전국 5개 학교와 함께 우수 학교로 선정됐다.
이런 결과 뒤에는 교내 통합교육을 처음 시도한 탁상수 교장과 통합학급을 맡아 운영한 이달건(52) 교사, 장애학생 도우미 이윤재(10·4학년) 군이 있었다. 이 교사과 이 군은 이번 공모전에서 국립특수교육원장상과 국회의원상을 각각 수상하게 됐다.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급에 섞여 있다보니 학습 진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거나 또래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이 교사에 따르면 상황은 지난해 가을에 탁 교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그는 경북도 교육청에서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 장학관으로 6년을 재직한 이 분야 베테랑. 그러나 일은 쉽지 않았다. 정신지체와 지체부자유 등을 가진 교내 9명의 장애학생 중 통합학급 신청자는 3명.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기 꺼렸기 때문이라고 이 교사는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통합학급은 일반학급보다 2, 3명 인원을 줄여 담임의 부담을 덜었다. 교육청에 건의해 일주일에 2차례 치료교사와 특수교사가 학교를 방문해 장애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담임교사는 장애학생들에게 사전학습자료를 내주고 학습 성취도를 매일 체크했다. 장애학생에게는 '도우미' 학생을 붙여 수업 때나 급식 때 손발이 되도록 했다.
그 결과 장애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 이 교사는 "한 자리수 덧셈, 뺄셈밖에 못 하던 한 장애학생은 수학 실력이 많이 좋아졌고 글을 읽을 때도 예전처럼 더듬거리지 않게 됐다."고 했다.
달라진 것은 교실 안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체육시간마다 후보신세였던 장애학생들도 축구나 피구시합 때 한 명의 당당한 선수로 운동장을 뛰었다. 등 뒤를 지키는 도우미 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재 군은 "룰이 간단하기 때문에 한두 번만 뛰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운동실력은 우리보다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대구와 경북의 소년분류심사원 공무원으로 일하다 15년전 늦깍이 선생님이 된 이 교사는 요즘 들어 부쩍 교직에 들어온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범대학을 나와 대학원에서도 특수교육을 전공할 정도로 일찌감치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그였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진정 교사의 소임이더군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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