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기쁨·財테크까지…미술품 투자 뜬다

입력 2006-11-25 07:41:18

#1.

15년 전부터 미술품에 관심을 가져온 주부 ㅈ(47) 씨. 친구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앤틱가구로 집안을 똑같이 장식하는 것이 싫어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비싼 수업료를 물기도 했지만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의 작품을 10여년 전부터 소장하는 등 미술품 투자에서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호당 가격이 얼마인가를 따지기보단 작아도 똘똘한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본인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는 것과 미술에 대한 공부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어요."

#2.

지난 9월 대구시 중구 봉산동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한 기획전. 지역 화랑들이 연합해 마련한 이 전시회에는 100만 원대의 작품 60여 점이 선을 보였다. 이 가운데 50%가 넘는 작품들이 '주인'을 찾았다. 종전 30% 정도가 팔린 것에 비하면 판매된 작품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 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주부, 회사원 등 일반인들이 대거 작품을 구입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미술계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중산층을 중심으로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부 부유층의 호사스런 취미로 여겨졌던 '미술품 투자'에 주부, 회사원 등 일반인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들어 주식, 부동산 시장에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미술품에 돈을 묻어두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미술품 투자 열기는?=앞에서 든 기획전처럼 대구나 서울에서 열리는 이른바 '100만 원대 작품전'에는 전시작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얼마전 대구에서 열린 한 60대 화가의 소품들을 할인 판매한 전시회에서도 대부분 작품이 주인을 만나는 등 '솔드 아웃(매진)'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을 통한 구입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미술 경매시장의 주요 지표인 낙찰률은 1999년 18%에서 2004년 51%, 지난 해 63%, 올해는 73%까지 치솟았다. K옥션이 얼마전 연 미술품 경매에서는 낙찰률이 93.6%에 달하기도 했다. K옥션 한 관계자는 "미술 경매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경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낙찰률도 올라갔다".고 했다.

▶왜 미술품에 투자하나=무엇보다 사람들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 덕분. 집 안에 그림을 걸어놓고 감상하다 싫증나서 팔 때 은행 이자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한 몫하고 있다.

2002년 경매에서 8천200만 원이었던 김환기 화백의 작품 '산월(山月)'. 올 2월 경매에서 3억8천만 원까지 급등했다. 지난 해만 하더라도 불과 몇 만원 선이던 북한 최고급 예술가들의 작품도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백만 원대의 고가에 낙찰되는 작품도 크게 늘었다.

서울옥션이 지난 7년간 거래된 작가 15명의 작품 285점을 분석한 근현대 대표작 가격지수에 따르면 1999년을 100으로 볼 때 2005년에는 197.89로 상승했다. 1999년에 1억 원을 주고 산 작품의 가격이 2005년에는 1억9천700만 원이 됐다는 의미. 이 기간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12%로 같은 기간 주식시장(코스피 지수)의 연수익률 4.8%보다 훨씬 높았다.

이처럼 그림 투자가 활발해지는 것은 양도시 차익에 대한 과세가 전혀 없는 만큼 부동자금의 새로운 운용 대안으로 미술품 재테크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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