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 받는 우리 문화 그냥 볼 수 없었어요"
"국보급 그림이 영화배우의 달력사진과 나란히 전시돼 있었습니다. 제자리를 잃은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천대받고 있는지를 알고부터 가슴이 아팠습니다."
선지훈 신부는 지난 90년대 초 독일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에 전시된 겸재 정선의 화첩을 처음 접한 심정을 털어놨다. 당시 화첩은 유리판 안에 허술하게 보관돼 있었는데다, 수도원 측이 한국문화라며 '영화배우 김지미 씨의 한복입은 달력사진'과 나란히 걸어 놓았다는 것. 국내 반환을 시도해야 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가졌다고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렸다. 그가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수행할 당시, 기숙사 동기인 예레미야스 슈뢰더가 오틸리엔 수도원의 아빠스(대수도원장)가 된 것.
"왜 안주느냐? 팔아먹으려고 하느냐? 성직자 신분으로 그래서 되느냐?"며 '협박'도 해 봤고 술기운에라도 반환 약속을 받으려 연일 맥주 접대에 나서기도 했다. 수년간 시달린(?) 슈뢰더 신부는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한국진출 100주년을 맞아 한국에 기념할 선물을 주자."는 명분있는 제안에 결국 설득됐다고 그간의 사정을 전했다.
그림을 들고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도 "누가 납치나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간이 조마조마 했다."고 했다. 몇 백억 원이 될지도 모르는 물건을 경호원도 없이 혼자 옮기는게 여간 신경쓰인 일이 아니었다는 것. 보험을 들어 놓으라는 주변의 권유도 뿌리친 상태였다. 보험료 낼 돈으로 전시 자금을 충당하려는 계획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여왔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며 고민을 털어 놓았다. 전시에 앞서 모사본을 만들어 독일에 보내야 하지만 자금 사정이 쉽지 않은 것. 원본의 가치상 진품과 흡사하게 만들려면 최고급 인쇄를 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에 알아보니 턱없이 비싸고 중국은 기술력이 뒤진다."고 걱정했다.
그는 차후 건립될 박물관 성격에 대한 나름의 계획도 밝혔다. 전문가들 의견을 물어본 결과 그림 21점만 전시해도 상설 전시할 경우, 훌륭한 교육장이 될 것이란 얘기를 들은 터여서 단순한 그림 전시회 수준의 박물관은 되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왜관수도원에 그림 박물관과 함께 베네딕도 수도원박물관도 함께 지어 현대인들에게 신앙적으로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고 싶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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