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의심한다면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신합니다."
(주)융진(사장 박일동)은 포항공단에서 IMF 10년을 거쳐 '가장 잘 나가고, 많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던 1996년 이 회사는 포항공단 맨 끝자락에서 철강재 임가공을 하고 있었다. 외형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의 소규모여서 공단 입주업체 사장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그 때와 비교해 10배 이상 성장했다. 선박의 뼈대를 이루는 형강(型鋼)류의 표면처리와 절단가공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조선산업이 세계 1위를 달리는데는 융진 같은 우수한 협력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거래처가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STX조선 등 세계를 주름잡는 굴지의 조선사들이라는 데서도 박 사장이 자부하는 기술력이 입증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사와 KTX 경부고속철의 관계다. 박 사장은 "우리 회사 직인이 안 찍히면 KTX는 한 대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고속철 차체 표면처리를 100% 이 회사가 맡고 있기 때문. 공급사인 프랑스 알스톰 사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 회사의 기술력만 인정하고 있다는 것.
"우리 회사만 놓고 보면 IMF 위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당시가 최고 호황기였다고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원칙경영을 한 것도 위기를 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창업 3년 만에 외환위기 사태를 맞았는데도 끄떡없이 버텨온 비결은 이처럼 간단했다.
그는 "어음결제나 돌려막기 등 변칙·임기응변식 경영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창립 이후 지금까지 원칙에 충실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 현장에 들어서면 예외없이 안전모를 착용해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박 사장이 강조하는 원칙경영이 적용된 대목이다.
전산과 경영기획 등 핵심부문은 서울대 출신 등 젊은 엘리트들이 맡고 생산현장은 포스코와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같은 거대기업에서 기술력을 닦은 프로 장인들이 담당하는 것도 이 회사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이런 내실경영 덕분에 융진은 최소 2010년까지 수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안정경영 체제를 갖췄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투명하게 정도를 걸으면 웬만한 어려움은 거뜬히 뛰어 넘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한 것이 업계 1위를 자신하는 근거라고 입을 모았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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