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0년…구미·포항 지역기업 강해졌다

입력 2006-11-23 10:52:13

1997년 겨울,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구미와 포항의 산업단지들은 때아닌 철퇴를 맞았다. 호황에만 익숙했던 지역 업체들이 'IMF'라는 생소한 이름의 환란과 맞부닥쳤던 현실은 비참했다.

그로부터 10년째, 대부분 업체가 줄도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들은 더욱 강인한 체질로 변했다. IMF를 통과하면서 얻은 끈질긴 생존력은 자신감으로 바뀌면서 매출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불이 꺼지지 않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구미공단은 IMF에는 아랑곳없이 쉼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1996년 14조 8천억 원이던 매출액이 외환위기를 겪은 2년 후인 1998년에는 20조 원을 훌쩍 넘겼다. 2000년 들어서도 상승세는 이어져 2000년 29조 원, 2002년 31조 원, 2004년 41조 원, 올해는 51조 원을 예상하는 등 9년 동안 3배 이상 성장했다.

수출 역시 지난 1996년 73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는 구미공단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했다. 올해 목표는 340억 달러다.

포항공단도 10년의 IMF 터널을 통과하면서 매출이 3배나 증가했다. 환란 직전인 1996년 4조 2천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IMF 위기가 불어닥친 직후인 1998년엔 오히려 4조 8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이후에는 성장곡선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2000년 5조 9억 원, 2002년 7조 5천억 원, 2004년 12조 1천억 원, 올해는 12조 5천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인력은 오히려 감소했다. 포항공단 근로자 수는 96년 1만 9천 명에서 올해 1만 5천 명으로 4천 명이나 줄었다.

업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IMF라는 위기가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해 업체들이 구조조정이나 인식전환 등 위기탈출을 위한 각종 노력을 거치면서 체질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배용조 포항상공회의소 조사과장은 "IMF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인원을 줄이는 대신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저수익 사업의 외주 전환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고 진단했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박재호 상무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접고, 대신 고급화와 고부가가치화 등에 집중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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