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아랍 속담이 있다.
독일의 파스빈더 감독은 이 속담을 제목으로 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1960년대 독일 신나찌주의가 얼굴을 내 밀 때 독일 여자와 결혼한 아랍 남자의 불안을 심도 깊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모로코 출신 남자가 독일 중산층의 여인을 만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일상의 불안도 쌓이면 고귀한 영혼까지 파먹는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지 모릅니다. 얼굴에 경련이 나고, 입 언저리가 떨립니다. 불안해 잠도 못 잘 정도입니다"는 상담을 자주 받는다. 현대인들은 모두 하나씩 불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현대를 '불안의 시대'(The Age of Anxiety)라고 한다. 셰익스피어도 "인생의 적은 바로 불안이다"라고 했으니, 불안은 인간이기에 가지고 살아야 할 또 하나의 짐일지 모른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생활의 활력을 주듯, 불안도 정상인에게 얼마든지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험이나 고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긴장하고 불안해하는데, 이는 닥쳐올 일을 미리 대비하고 대책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심리학적으로 불안을 공포와 구별하지 않는 연구자도 많다. 그러나 공포는 특별한 대상이 있기 때문에 맞서거나 회피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불안은 막연하고 확실한 대상이 없기에 무력감까지 유발한다.
불안은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상당히 오래간다. 최근에는 불안장애의 생물학적인 원인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이상이 불안장애와 많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약물치료도 가능해졌다. 남들 앞에 서면 누구나 떨리고 불안하다. 그런데 이를 기가 막히게 피해가는 방법이 있다.
자기를 낮추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연설하기 전에 "나는 경험이 적어 지금 상당히 떨립니다"라고 미리 말하고 나면 '혹시 실수하면 어쩌나'하는 불안이 줄어들게 된다. 어떠한 일과 상황 앞에서 느끼는 불안은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생리적인 준비'라고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자기를 낮추는 것은 세상살이와도 닮았다. 넘어진 자 만이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법이다.
박세환 대구열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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