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대구 성서공단의 한 차부품업체. 이 회사는 올들어 치솟은 원자재 가격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판을 주원료로 하는 이 회사는 상반기엔 원자재 가격이 월평균 kg당 10원씩 뛰는 바람에 이익의 대부분을 원자재 가격 상승분으로 메울 수 밖에 없었다.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이 다소 안정됐지만 내림세는 아니고, 상반기의 보합세 수준. 이 회사는 언제 뛸지 모르는 원자재 가격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대구 근교에 3곳의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한 제직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 상반기까지 폭등세를 보였던 원유가격으로 인해 부쩍 뛰어버린 원사 가격은 내릴 줄을 모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사가격은 그대로인데, 직물 가격은 자꾸 깎으려들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장면2. 주부 이영옥(46·가명) 씨는 최근 친구로부터 원자재 펀드에 가입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외국인 '큰손들'이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원유·금·아연 등의 원자재 쪽에 투자한다는 것이 친구의 말. 한정된 자원인 원자재는 앞으로 값이 오를 수 밖에 없고, 이 펀드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괜찮을 것이라고 친구는 귀뜸했다. 이 씨는 요즘 어떤 원자재 펀드가 좋은지 상담을 받고 있다.
원자재 때문에 한쪽에선 울고, 한쪽에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역 제조업체중 상당수가 자고 나면 뛰는 국제 원자재 가격 때문에 이익을 못 낸다고 아우성이지만, 한편에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주목, 이를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기업들을 상대로 올해 자금수요 증가요인 중 가장 큰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절반에 육박하는 기업들(48.8%)이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이라고 대답했다. 올라버린 원자재 가격이 이익을 갉아먹고 있고, 결국 기업의 재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배럴당 65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가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만 여전히 배럴당 가격이 5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알루미늄 등의 비철금속 원자재 가격도 급상승세는 일단 꺽였지만 향후 오름세를 전망하는 쪽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원자재 펀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CJ자산운용은 석유와 아연 가격 지수에 연동해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펀드인 'CJ 원자재연계 파생1호' 판매를 22일부터 시작했다.
CJ자산운용 파생상품운용팀 남흥용 팀장은 "지난 7월이후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합의에 따른 공급 감소와 겨울철 난방유 수요 증가로 재차 반등할 것이며, 아연의 경우 재고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공급부족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투자증권도 23일까지 원유, 금 선물지수에 연계한 파생결합증권 23호를 판매한다. 이 상품은 골드만삭스에서 개발한 금선물지수(GS Gold-ER)와 원유선물지수(GS WTI-ER)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연 14.0% 수익을 추구하는 만기 2년 상품이다.
한편 세계적 헤지펀드 '퀀텀펀드'의 설립자이자 '상품투자의 황제'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이달초 우리나라를 방문, "원자재 랠리가 2014년에서 2022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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