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공룡 할인점

입력 2006-11-15 11:46:26

1962년은 세계 할인점(대형소매점)의 역사에서 중요한 해이다.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미국 아칸소주에 첫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개점한 해다. 프랑스 동남부의 소형 슈퍼마켓으로 출발한 까르푸가 당시로서는 혁명적 컨셉으로 최초의 하이퍼마켓을 파리 교외에 개점, 일대 혁신을 일으킨 것도 같은 해다. 당시 할인점은 생활용품을 싸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우리말로 '네거리'라는 뜻의 까르푸(Carrefour)는 현재 전 세계 30개국 1만여 개의 점포를 가진 다국적 유통업체로 1996년 국내 진출 이후 27개 점포에 9천억 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4월 국내 업체에 1조 7천500억 원에 매각,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철수했다. 세계 유통업계를 석권해온 월마트도 얼마 전 이마트에 자산을 매각한 후 한국에서 떠났다.

○…지방 중소도시에 점포 개설 경쟁을 벌여온 할인점들이 지역민의 반대에 부닥치는 逆風(역풍)을 맞고 있다. 모 업체가 최근 구미3공단 지원시설부지에 할인점 개설을 추진하자 시민단체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연간 3천억 원에 가까운 지역 자금의 서울 유출, 적정수준을 넘어선 할인점 수, 심각한 교통난과 중소상인 몰락 등이 반대 이유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지방에 점포 개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부지 확보가 쉽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수도권에 비해 땅값이 싸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도 적고, 넓은 주차장 확보도 용이하다. 하지만 할인점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弊害(폐해)들이 부각되고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의 반대가 더욱 거세지면서 한 업체는 광주와 순천에서 점포 신설 계획을 포기했다. 대전시는 할인점 신규 개설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방 경제가 날로 침체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할인점들은 지역 자본을 서울로 흡수해가는 '빨대'라는 汚名(오명)을 쓰고 있다. 지자체마다 지역 농축산물 일정 비율 이상 의무 구입, 수익금 일부에 대한 지역 환원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할인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16개 시도지사 협의회가 '사전심의제'를 추진하는 등 할인점 규제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이익을 얻으려면 민심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교훈을 유통업계가 새겨들어야 할 때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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