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화되어 있는 세계에서 어느 한 지역의 안보위험은 모든 국가의 안보위험이 된다. 이는 미국의 9.11 테러 이후에 모든 국가의 출입국 심사가 강화되고 비행기나 선박에 승선하는 승객에 대한 검사가 엄밀해진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세계의 안보와 관련하여 지금 한반도의 주소가 어디인지는 찾기 힘들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 때문이다. UN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군사조치가 배제되었으나 강력한 경제, 외교적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대북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북한은 UN의 제재조치가 가시화되는 경우 이를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중재로 북한과 미국의 대표가 6자회담복귀에 합의하였다는 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대북제재는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의 기류가 냉기류인지 온기류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주도의 PSI의 참여에 대하여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중간한 태도의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도 북한도 모두 불만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반도는 평화인가?
종래 평화는 전쟁, 전란, 폭동 등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정의되어 왔다. 국제사회에서 평화는 국가 간의 무력충돌이나 국가내의 반란, 폭동, 혁명 등 모든 종류의 폭력이 통제된 안정 상태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평화를 '소극적 평화'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회질서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사회구성원 각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안정된 질서만이 평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안정된 질서라 하더라도 그 질서가 선택받지 못한 구성원의 삶을 구조적으로 위협하거나 불안정하게 하는 질서인 경우, 평화적인 질서라고 할 수 없다. 이를 '적극적 평화'라고 한다.
평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인식변화에 따라 우리 한반도를 적극적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 고민이다.
마침 경북평화통일포럼(대표 한삼화)에서 16일 'UN의 대북제재 이후 한반도평화'라는 주제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논의를 한다. 이 포럼에서 경기대학교의 박상철 정치대학원장은 한반도평화를 위해 요구되는 남북의 신뢰와 주변국들의 협력을 주문할 예정이다. 특히 김재훈 대구대 교수는 개성공단이 남북경제협력의 토대인 동시에 남북주민이 상호이해하고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 가는 우리민족 공동의 번영을 위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서로의 존재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하는 당사자 간의 관계에는 평화가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한반도에 모여 살면서 벗어날 수 없는 남북처럼 상이한 체제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면서 일정한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당사자 간에 평화가 의미를 갖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획득하기 위한 방법은 첫째, 월등한 힘을 가진 당사자의 일방이 타 당사자를 힘으로 억압하는 방법과 둘째, 상호간의 존중과 타협을 통하여 갈등을 수용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현대적인 평화개념에 근거하여 보면 두 번째의 방법에 의해 달성한 평화만이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에 의한 폭력 없는 상태는 힘이 없어 억압받는 당사자가 공존에 대한 자발적 합의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의 역학변화에 따라 기존 질서의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공존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공존의 경우에도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물리적 힘이 아닌 방법으로라도 공존을 강제하게 되면 이는 다른 의미의 억압체제이며 압도적 힘에 의한 질서는 폭력적 강압체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일방주의나 패권주의적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민족 공동의 이익을 발굴하고 당사자 간에 굳건한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최철영(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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