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자녀교육기) 자녀 반도체 학과 보내다

입력 2006-11-14 07:49:10

저는 남매를 두고 있는데 큰아이 승우는 8개월, 둘째 아이는 7개월 만에 조산을 한 부실한 엄마입니다. 어릴 적 아이에게 우유를 먹일 때나 기저귀를 갈아 주며 끊임없이 많은 이야기를 아이에게 하였습니다. 승우 할머니께서 "쟤는 말도 못 하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저렇게 많이 해주는지 모르겠다."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또래 아이보다 말을 빠르게 하고 듣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였는지 글자를 익혀 책 읽는 재미에 빠져 화장실까지도 책을 끼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유치원 선생님께서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왜 머리카락이 빗에 달라붙을까를 묻자 승우가 정확하게 정전기의 원리에 관한 설명을 아이들에게 하더라고 놀라워하셨습니다.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당연히 학업이 우수할 것이라고 조금은 자만을 하였습니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어느 학부모님(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증후군을 가진 아이를 둔)으로부터 "승우가 선생님께 많이 혼나고 있는 거 아세요?"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뵈었을 때 승우가 잘 하고 있다고만 하셨던 선생님께서 놀랍게도 승우가 수업 중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외국에서 심리학을 연구하신 교수님께 상담도 하고, 대학병원 아동정신과 박사님과 정밀검사도 했습니다. 혹시 학습능력부진이 아닐까라고 걱정을 하였는데 과진아(過進兒)여서 오히려 학습에 흥미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진단하신 박사님과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했던 거지요. 그렇게 여름방학이 시작될 즈음 아이 아빠가 업무에 필요하여 그 당시는 꽤 고가인 컴퓨터를 구입하였는데, 아이는 주변을 맴돌며 배우고 싶어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큰 컴퓨터 학원의 선생님을 오시게 하여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을 하게 하였는데 8번 오신 선생님께서 꽃을 한 아름 사가지고 오셔서 승우에게 더 이상 가르쳐줄 게 없으니 혼자 만지고 정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묻는 것이 좋겠다고 하셔서 많이 당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전문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을 배우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영어와 수학이 해결되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대구시 정보대회에 나가서 6등을 하여 교육감님이 시상을 할 때 번쩍 안아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늘 걱정해 주시던 박사님께서 미국에 계실 때 아시던 경북대 컴퓨터공학과의 김삼묘 교수님을 소개해주셔서 3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교수님께서 2년 동안 놀아도 주시고 컴퓨터도 분해하고 공부도 하며 보냈습니다. 오늘날 승우를 있게 한 잊을 수 없는 교수님입니다.

영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윤선생 영어라는 학습지로 저와 함께 공부하였습니다. 방학을 기다려 영어책을 5, 6권 때고는 영어에 빠져 사는 듯하였습니다. 4학년 때에는 제주도에 사는 아이가 영어를 익힌 학습법인 '신돌이 학습법'이 서점가에 한참 유행하였습니다. 저도 영어 성서테이프를 구입하여 아이가 자기 전에 불 끄고 테이프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따라하기를 시켰습니다. 하루는 자는 아이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들어보니 영어로 잠꼬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어가 무의식중에 세뇌되었나 봅니다.

▲ 이 글을 쓴 이유혜 씨의 아들 추승우 군은 대구 중리중학교 2학년 때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해 1기로 입학했습니다. 올해 2월 고교 과정을 마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반도체학과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 이번 주부터 학부모님들의 자녀교육기를 연재합니다. 학부모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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