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세대간 소통 공간·문화의 거리로 부활시키자

입력 2006-11-11 15:42:07

동성로는 대구의 중심이자 얼굴이었다. 동성로에 얽힌 추억을 한두 가지 지니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동성로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 문화가 숨쉬는 거리, 세대간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앞서 든 동성로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과거시제'다. 상권 쇠퇴는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청소년부터 중·장년, 노년층을 아우르는 소통의 공간이었던 동성로의 세대간 단절(斷絶) 현상. 지금부터라도 동성로를 대구 사람들의 삶의 그릇이자 소통의 공간, 문화의 용광로로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대, "'여백의 공간' 갖춰야"

중앙로에 있는 대구YMCA 회관을 다니면서 고교 때인 90년대부터 동성로를 자주 찾았다는 안재홍(33)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그 무렵에도 동성로는 상업성이 강했지만 그나마 시민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 있었다."며 "대학생 때 동성로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사회에 대한 토론과 진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지금의 동성로 모습에 대해 안 국장은 "상업성에 완전히 장악된 상태"라며 "다른 도시의 거리와 차별화되는 개성도 없고 무분별한 소비중심의 거리"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상인이나 중구청 입장이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동성로를 바라보고, 동성로 '부활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동성로가 세대를 아우르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화성산업 황보성(37) 대리. "지금 동성로는 색깔없는 거리가 되고 말았어요. 골목별로 특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죽어가는 거리란 생각이 듭니다. 동성로의 역사성을 찾고 중장년은 물론 노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거리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50대, "전통·현대 조화시켜야"

70년대 동성로를 누볐던 50대들이 기억하는 동성로는 젊음과 낭만의 거리였다. 소설가인 이연주(54·정화여고 교사) 씨는 "술집과 음악다방 등은 20대부터 40대까지 같이 드나드는 공동의 공간이었다."며 "지금은 동성로에 가도 들어갈 공간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의 대학로처럼 동성로가 문화적인 소통의 공간이 되고, 세대간에 화합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청소년들만의 소비향락적인 거리보다는 축제를 통해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최재덕(56) 대구시 관광과장도 "70년대 동성로는 쇼핑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만나 대화를 하고 교유하는 장소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동성로가 유행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쇼핑공간 역할을 하는 동시에 대구 시민들과 내외국인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대구의 생활상을 동성로에서 재현하는 등 전통 이벤트를 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서로 만나는 역할을 동성로가 해야 한다고 봅니다."

▶10대, "쇼핑하기 편했으면…"

동성로의 '주축 세대'인 10대들은 동성로가 쇼핑하기 편한 거리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고교 2년 이지연(17) 양은 "10대들은 동성로 휴대전화 판매업소나 분식집, 노래방을 많이 찾는다."며 "차량과 노점상이 많아 통행하기 불편하다."고 했다.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답한 10대들도 많았다. 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처럼 동성로에도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나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등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야 한다는 희망도 나타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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