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특별전시장. 4천900여 평 규모의 전시장은 마치 재래시장을 옮겨놓은 듯 했다. 대구시시장경영지원센터가 마련한 '대구시 우수시장 상품전시회'라는 이름의 행사 현장. 수많은 천막 사이로 새어나오는 마이크 소리와 노래 소리, 분주한 관람객의 발걸음이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쪽에 위치한 의류관에 들어서자 끝없이 늘어선 옷가지 사이로 저마다 70~80% 할인이니 신상품, 명품이니 하며 내건 현수막이 요란하다. 한 유명 브랜드의 이월 의류 매장은 손님들이 북적댔다. 신문에 난 행사 안내를 보고 왔다는 이지순(53·여·대구시 중구 동인3가)씨는 남편과 옷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자녀들 캐주얼 옷을 사려고 왔다는 이씨는 "쇼핑을 해본 뒤 괜찮으면 아이들에게 직접 와보라고 할 참"이라고 말했다.
이웃한 중소기업 우수 상품전 코너에는 더욱 열띤 판촉 활동이 벌어진다. '다이아몬드 숫돌'을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직원은 방문객들을 모아놓고 목청껏 제품 소개에 열을 올린다. 발명특허 출원 중이라며 숫돌에 간 주방 칼로 신문지를 자르며 행인들의 눈길을 붙든다. 문경의 오미자 음료 공장에서 왔다는 한 직원은 "손님들이 많이 찾긴 하지만 대부분 시음만 하고 가버린다."며 엄살이다.
"골라잡아 무조건 1천 원"이라는 마이크 소리가 울러퍼지는 1천원 매장도 손님들의 인기 코너. 장식품 등 몇 가지를 고른 김순정(46·여·대구시 동구 신천1동)씨는 "평소 재래시장을 자주 찾기 때문에 이곳에도 그냥 재미삼아 왔다."고 말했다.
세계풍물 전시관에는 외국인 장사꾼들의 모습이 심심찮다. 그 가운데서도 아프리카 제품을 파는 세네갈 출신의 실라(30)씨에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북을 치며 "싸요, 싸요."라고 외치는 이 외국인은 한국말이 의외로 능숙했다. 진열해놓은 기념품이나 조각, 목걸이 등을 직접 만들었다는 실라씨는 나긋한 미소로 손님과 가격 흥정도 하는 등 장사 수완이 한국 상인 뺨친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도 엿보였다. 우수시장 전시회지만 상품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모(45·여)씨는 "우수시장 상품전시회라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상품들이 다양하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또한 의류관의 경우 상당수가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서 참가해 지역 재래시장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다는 당초 행사 취지가 퇴색됐다. 장소 문제도 지적됐다. 한 참가자는 "시장상품 전시회라면 대구 중심가나 재래시장에서 열려야 하는데 EXCO같은 시 외곽지에서 열려 아쉽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희대 대구시상인연합회 부회장은 "첫 회라 다른 지역 상인들이 많이 참가하는 등 부족한 점이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상품 전시와 함께 지역의 재래시장 상인들만의 축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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