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지상파 재방송 창구로 전락

입력 2006-11-09 06:24:29

지상파와 MSO의 불공정거래 우려도 제기

케이블TV 시청자들은 '개그 콘서트'나 '스펀지' 등 KBS 2TV의 오락프로그램을 10여 개 채널에서 지겹도록 만나게 된다.

KBS 2TV에서 처음으로 방송하면 KBS의 계열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KBS N'의 드라마와 오락채널이 재방송하고 이후 수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여러 PP들에 팔리기 때문이다.

방송 7년째에 접어든 '개그 콘서트'는 현재 김미화, 심현섭 등이 출연한 초기의 '개콘'과 '갈갈이 삼형제' 시절의 '개콘' 등이 동시에 방송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케이블TV가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방송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방송사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불공정거래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케이블TV업계 등에 따르면 거대 MSO인 티브로드가 운영하는 이채널과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이 최대주주인 시리즈TV는 최근 들어 SBS의 '웃찾사'나 '야심만만' 등 오락 프로그램들을 구입해 방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BS의 계열 PP인 UTV가 현재 스카이라이프에만 송출되고 있으나 내년부터 SO 진출을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MSO 계열의 PP에 오락 프로그램을 판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BS는 오락채널 '위성드라마플러스'를 지난해 8월 UTV로 변경등록하고 오락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해 당시 케이블업계에서는 지상파방송사의 PP 진입을 제한하는 방송위원회의 정책방향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등이 제기됐다.

SBS 관계자는 "UTV의 스카이라이프 독점 공급은 올해까지로 내년부터 SO에 론칭할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BS가 내년부터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위주로 편성한 UTV를 MSO와 협력 관계를 통해 진출시킨다면 일반 PP의 송출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KBS 계열 MPP인 KBS N도 오락 프로그램을 주로 재방송하는 KBS JOY를 새로 만들어 내년부터 SO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일반 PP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따라서 방송법에서 지상파방송사와 SO의 상호 겸영을 금지한 취지에 맞게 MSO 계열의 PP에 지상파 프로그램의 공급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PP 관계자는 "MSO 계열 PP는 군소 PP와 달리 자금의 여력이 있는데도 지상파 프로그램을 사서 방송하면 케이블TV 자체의 차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프로그램이나 값싼 외국 프로그램 구입에만 의존하면서 유사홈쇼핑(인포머셜)을 내보내 돈 벌기에 주력하는 '불량PP'의 퇴출 등을 위해 지상파 프로그램의 무분별한 재판매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PP 관계자는 "SO 출신이나 유사홈쇼핑 사업자가 PP를 만들어 과거 관계를 이용하거나 뒷돈 격인 이른바 '론칭비'를 주고 케이블TV에 진입,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경우도 있어 방송콘텐츠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지상파 프로그램 재판매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발간한 'PP정책건의' 책자에서 2001년부터 PP의 승인제를 등록제로 바꿔 과다한 진입이 발생, PP의 낮은 수익률 때문에 대부분의 PP는 지상파 프로그램, 또는 수준 낮은 외국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또 PP의 경우 승인제를 도입해 부실 PP나 인포머셜 PP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하며 PP 퇴출 강화를 위해 상시 전수조사를 통해 광고시간을 위반하거나 불법 광고를 송출하는 사업자를 엄중 제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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