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펼쳐 드니 수능을 앞두고 기도를 올리는 학부모 사진이 눈길을 끈다.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8일 남았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도 초조할 테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들도 참 힘겨운 시간이다.
또, 준비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수능 시행 관리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각 시·도 교육청도 초조하고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그들도 출제, 문답지 인수·인계, 시험장 준비, 감독관 배치 등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16개 시·도 76개 시험지구에서 58만8천890명이 동시에 치르는 시험, 생각만 해도 엄청나다. 시험 시행 관리를 위해 동원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참여하는 사람 수는 훨씬 늘어난다. 게다가 유관 기관 관계자와 자원 봉사자까지 합하면 응시생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을 생각하면 결국 전 국민이 수능 시험에 관심을 가지고, 기대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수능을 치르고 나면 늘 말이 많았다. 문제가 쉬워 변별력이 없었다며 '물수능'이라고 난리, 너무 어려워 풀지도 못했다며 '불수능'이라고 난리, 집단으로 부정 행위를 해서 온 나라를 공황에 빠뜨렸던 난리 등이 모두 수능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재작년의 부정 사건 때문에 수능 시험의 본질이 뒤바뀌었다고 불평하는 분들도 계시다. 시험이란 수험생이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에도, 부정 행위 방지라는 이름으로 모든 수험생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수능 시험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진다. 대구시험지구 시행 관리 실무자로서의 걱정도 적지 않지만, 수능 결과에 따른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의 반응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수험생들은 모두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 참으로 오랜 시간 수능 시험일 하루를 보며 참아왔다. 고3이 되고서는 명절도 휴일도 없이 딱딱한 책상에서 문제집과 씨름하거나, 침침한 눈으로 교육방송을 청취했다. 부모들도 텔레비전 음량을 줄이고 수험생 눈치를 보느라 사는 게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수능일 하루만 지나면 모두들 '고생 끝', '행복 시작'이어야 한다. 모두들 행복해지면 좋겠다. 그런데, 12월 13일 성적표를 받으면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다.
개인의 목표가 다 다르지만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3등급까지 13만5천 명, 4등급까지는 23만5천 명, 5등급까지 29만4천 명. 2007학년도 대학 모집 정원은 37만 명 남짓임을 감안하면 수능 응시생의 40%, 23만 명 정도는 실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2등급을 받아도 실망할 사람이 있고, 8등급을 받아도 기뻐할 사람이 있겠지만, 12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투자했는데, 단 하루, 단 한 번의 시험에 의해 '대박'이 되기도 하고, '쪽박'이 되기도 하는 '단판 승부'이기 때문이다. 시험일 감기라도 들면 이런 낭패가 없다. 어찌 보면 수험생들이 참 애처롭기 그지없다.
게다가 자신이 획득한 원점수를 상대적 서열로 표준화시킨 표준점수, 그리고 등급화 된 성적표도 이야기 거리는 된다. 같은 과목을 선택한 다른 학생들의 실력에 의해 내 실력이 서열화되니 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신 중심의 2008대입 제도 개선안이 나왔음은 그래도 다행이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성적을 60%이상 반영한다는 대학 수가 126개교인데,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44개교로 줄어든다고 하니 말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수능 시험 결과를 두고 수험생들이 실망하거나 좌절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들이 시험 결과에 연연해서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힘을 얻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선 모든 수험생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 사회가 모두 나서 수험생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을 전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른 많은 길도 제시해야 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기쁨이 앞으로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임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11월 16일! 모든 수험생들이 활짝 웃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을 나설 수 있길 기대한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대입 담당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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