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 꿈 꾸는 자

입력 2006-11-08 07:06:59

인간과 일반 동물의 큰 차이점은 뭘까. 우선 동물은 우리처럼 눈웃음 지을 수도 없고 소리내어 왓하하, 웃을 수도 없다. 인간은 大義名分(대의명분)을 위해 자기 생명을 초개처럼 버릴 수도 있지만 동물은 아예 그런 건 모른다. 또한 동물은 꿈(vision)을 꿀 줄 모른다. 미래를 디자인하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갈 줄 모른다.

연전에 영국의 정부기구인 영국문화협회가 102개 비영어권 국가의 국민 4만여 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뽑으랬더니 '어머니'가 뽑혔다. 모르기는 해도 '꿈'이라는 단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캐치프레이즈는 지금도 우리 모두를 설레게 만들고 왠지 행복감에 젖게 하는 妙藥(묘약)같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 당선자는 우리의 역할 모델이다. 고교 시절 미국 적십자사 초청 프로그램에 한국 대표 4명 중 1명으로 선발된 반 소년은 워싱턴에서 세계 각국 여러 학생들과 함께 당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을 만났다. 그때 소년 반기문은 "최고의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고 그 꿈은 한 충청도 소년을 40여 년 만에 전세계 외교관들이 선망하는 UN 사무총장의 자리에 오르게끔 만들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들려는 소녀 임유진. 특유한 얼굴 생김새와 정신지체의 특징을 갖는 다운증후군 소녀다. 그런 소녀가 병마와 싸우는 다른 환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며 열심을 다해 베토벤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뭉클해진다.

유진 양이 피아니스트의 꿈을 품게 된 계기는 스웨덴의 장애인 가수 레나 마리아, 선천성 기형아로 태어나 팔 없이 발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의 가슴에 메아리를 남기는 그녀의 공연을 본 뒤부터다. "저 가수는 발로 요리며 운전 등을 다 할 텐데 나는 열 손가락이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며 피아노 연습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엔 '내 것' '네 것'이 있지만 꿈은 소유권자가 없다. 돈들 일도 없다. 유통기한도 없다. 꿈은 오롯이 꿈꾸는 자의 것이다. 다만 아름다운 꿈, 선한 꿈을 꿔야 할 의무만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꿈꾸게 만드는 그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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