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TV를 두고 한두 번은 전쟁을 벌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할 일을 제쳐 두고 너무 오래 TV를 본다거나, 밤늦게까지 TV 앞을 떠나지 않는다거나 성인 프로그램을 마구잡이로 시청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TV를 둘러싼 다툼은 대개 부모의 고함과 아이들의 불만 가득한 푸념이 겹치면서 마지못해 TV 앞을 떠나는, 부모의 판정승으로 결론 나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TV를 안방으로 옮기거나 케이블 TV 계약을 해지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습관은 좀체 고치기 힘들다.
기왕에 TV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아이든 어른이든 여기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방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 보다 유익하게 TV를 볼 수 있는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우선은 가족이 함께 TV를 보는 동안 대화를 늘리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인기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면 모두가 몰입해 대화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면에 붙잡혀 넋을 잃은 채 웃거나 슬퍼 하는 감정 표현 하는 것이다. 이것을 바꾸는 데서부터 TV의 용도를 새롭게 만들어 보자.
예컨대 TV에는 다양한 유행 아이템이 나온다. 연예인들은 물론 뉴스 앵커들이 입는 옷도 기업들의 협찬인 경우가 다반사이고, 각종 소품들도 간접광고의 형태로 제공되는 게 보편화했다.
이를 상기시키며 가족 각자가 이야기를 나눠 보자. 먼저 아이들에게 협찬이나 간접광고의 의미를 설명해 주자. 아이들은 질문할 것이다. 기업들이 왜 무료로 옷이나 물건들을 빌려주거나 아예 주느냐고. 여기서 기업이 얻는 이익을 설명한다. TV에 나오는 물건들이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고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추론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 사이에 광고가 나온다면 직접적인 광고와 간접광고의 차이, 장단점 등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자. 광고가 길어지는 동안 이야기의 주제를 광고 자체에 맞추는 것도 재미있다. 광고의 제작과정이나 비용,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 등 소재는 다양하다. 저 사람이 왜 저 광고에 나오게 되었을까, 같은 광고의 주인공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에 나오는 주인공은 실제 저 물건을 사용할까 같이 쉬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정답이라며 제시하고 받아들이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서로가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은 뒤 궁금증이 생기면 아이들이 직접 조사를 해서 다시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이다.
TV를 보면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한다. 시각적인 효과가 클 뿐더러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등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관심과 흥미가 한층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단한 토론이 가능해졌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 무작정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 광고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 기업들의 홍보 전략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시장경제의 원리에까지 이야기를 연결시켜 보자. 그렇게만 된다면 TV는 더 이상 부모와 자녀가 서로 어르렁거리는 전쟁의 원인이 아니라 훌륭한 교육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준혁(K비전스쿨 이사)
# TV를 통한 교육방법
1.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한다 :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볼 때 집중력이 생긴다.
2.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3.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 질문의 통해 아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4.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한다 :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아이들의 의견에 지진하게 대한다.
5. 시청 후 활동으로 연결시킨다 :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증을 키우고 TV를 본 뒤 스스로 이를 풀 수 있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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