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방송인 황인용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CD가 막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는데 "아, 오늘은 특별히 이 곡을 CD로 감상해보겠습니다. 얼마나 음질이 좋은지 한번 들어 보세요"라며 흥분했던 황인용씨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CD의 탄생에는 '철저한 상업주의'가 숨어있다. 70년대 말 LP의 제작원가는 대략 1달러 25센트였다. CD는 25센트로 LP의 20% 선. 게다가 간단한 편집 작업으로 4초에 한 장씩 찍어낼 수 있었다. LP 다섯 장 팔아야 CD 한 장만 못하니, 언론에선 "이제 LP는 쓰레기통에 갖다버려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음질은 '자연스러움'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자연스러움의 근원은 좋은 녹음탓도 있겠지만, 원천적으로 '아날로그식 녹음'이라야 가능하다. 아날로그는 소리를 그대로 2채널에 1:1로 기록한다. 그러나 디지털은 필요한 음만 간추려 0-1-0-1의 2진법 데이터부호로 디지털공간에 기록한다. 기록용량을 초과하는 대부분의 음은 버려야 한다.
일본 이혼대의 겐지호타 박사의 논문을 보면 10㎐의 잡음대역 속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치료를 촉진하는 특수한 소리의 파동(F분의 1의 흔들림)이 존재한다고 나온다. 소리의 초고역과 초저역을 다 잘라버린 디지털에선 이런 치료효과가 있는 파동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젊은층의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 그중에 가장 사랑받고 있는 것이 휴대폰과 MP3플레이어이다. 휴대폰 통화를 오래하면 머리가 아파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전자파의 탓도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통화음이 MP3 사운드이기 때문이라는 미국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디지털도 많은 장점이 있다. 휴대가 간편하고, 정보 저장과 전송이 용이하다. 업무와 일반 커뮤니케이션에 요긴하다. 그러나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음악 감상에는 부적절하다. 생음악이 활어라면 LP가 생선회, CD는 통조림, MP3는 건포에 비유할 수 있겠다.
다소 과장된 점이 없지 않지만 패스트푸드를 먹을지, 불편하지만 싱싱한 재료로 웰빙요리를 해 먹을지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CD의 출현에 흥분했던 황인용 씨는 수만장의 LP를 보유하고 경기도에 LP카페를 차려 아예 눌러앉아버린 열렬한 LP 마니아가 돼 버렸다.
남우선 대구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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