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은 '눈먼 돈'인가. 올 연초 영국 BBC방송은 '가짜 실업자' 6부작 시리즈를 방영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진짜 일할 능력이 없어 혜택을 받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프랑스에서도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다. 失業給與(실업급여)가 되레 취업을 막는 건 취업하면 더 가난해지기 때문이라 한다. 임시 안전망이어야 할 실업급여가 영구 장치가 되면서 오히려 빈곤을 키우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부가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임금채권보장기금' '장애인촉진기금' '근로자복지진흥기금' 등 근로자와 관련된 5대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고용보험의 경우 1995년 7월부터 시행, 충분한 적립금을 확보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돈들이 엉뚱하게 새는 게 어제오늘에 일이 아니지만, 그 관리가 不實(부실)을 면치 못할 뿐 아니라 '갈수록 태산'인 것 같다.
○…정부의 허술한 고용보험 관리를 악용하는 不法(불법)이 그야말로 극성이다. 노동부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재취업을 하거나 일당제 일을 하면서도 실업급여를 받다 적발된 대구 지역의 부정수급자만도 지난해 1천253명으로 전년보다 33%나 늘었다. 이들이 지난해 받아간 돈도 5억 1천300만 원으로 21.2%가 늘어났다. 가짜 실업자와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불법으로 챙긴 개인과 기업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퇴직 전 임금의 50%(최고 하루 3만 5천 원 이하)를 90~240일 동안 지급하게 돼 있다. 失職(실직) 서류만 있으면 지급하기 때문에 가짜 실업자들이 갈수록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 3주마다 구직 노력 여부를 확인받도록 돼 있어도 서류를 조작해 속이기 때문에 당국의 힘이 미치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 한다.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적 安全網(안전망)이 탄탄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이 제도로 외환위기 이후 고실업 사태를 극복하는 데 큰 보탬도 됐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서 바친 국민의 세금이 가짜나 고의 실업자에게 돌아가서야 될 일인가. 정부의 非效率的(비효율적)인 정책 때문에 실업자가 늘었는데도 꼬박꼬박 돈을 내는 사람만 당해선 안 된다. 가짜들의 양심 회복과 정부의 뾰족한 대책이 아쉽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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