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은 '과학수사의 날'…과학수사 현장을 가다

입력 2006-11-04 09:05:07

"최악의 상황에서도 반드시 범인의 흔적을 찾아내야 한다!"

3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장기동 한 빌라 앞. 이날 오전 1시 5분쯤 차량 5대가 불탔던 곳이다.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차량 타이어 앞 부분에서 방화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포착돼 과학수사팀이 출동했다.

9시간 전 방화범이 남기고 갔을지 모를 흔적을 쫓아 나선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와 성서경찰서 과학수사팀 요원들은 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신속하게 현장감식에 들어갔다.

"괭이와 유류검출기 챙기고 필요하면 이멀전 액(액화 산화철:지문채취를 위해 뿌리는 용액)도 준비해." 과학수사요원들은 공구함부터 열어젖혔다. 소형 괭이와 증거채취용 비닐팩 등 각종 감식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괭이와 비닐은 화재로 눌어붙은 재를 담기 위한 것. 채취된 재는 범행에 사용된 물질의 성분 분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졌다.

이어 청진기와 비슷하게 생긴 유류검출기로 화재에 기름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보닛 좀 들어봐." 유류검출기를 불탄 차량 앞쪽 곳곳에 갖다댔다. 결과는 음성반응. 기름은 사용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다른 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여기 이 차는 소화기로 껐어. 지문이 씻기지 않고 남아 있을지 모르니까 이멀전 액 뿌려봐." 시커먼 이멀전 액이 분무기로 조심스레 보닛 위에 뿌려졌다. 그 다음 물을 부어 이멀전 액을 씻어내자 지문이 거짓말처럼 드러났다. "근접 촬영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분석의뢰 해."

"현장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는 늘 사건현장을 찾습니다." 요원들은 현장감식 2시간 만에 자리를 떴다.

한 과학수사요원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 덕에 과학수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국내 과학수사 여건상 각종 첨단 장비에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이용해 범죄자들을 잡아내는 미국 CSI 과학수사대와 비교하는 건 아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성서경찰서 과학수사팀장은 "국내 과학수사 여건이 열악한 건 사실이지만 지문감식 등 일부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인정할 정도"라며 "국내에서도 과학수사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만큼 CSI를 따라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한편 4일 '과학수사의 날'을 기념, 대구경찰청과 9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43명의 과학수사요원들은 '완벽한 과학수사'를 다짐하는 자체 행사를 가졌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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