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태 발자국

입력 2006-11-04 07:53:18

생태 발자국/마티스 웨커네이걸·윌리엄 리스 지음/이유진·류상윤 옮김/이매진 펴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내딛어보자.

그 한 걸음을 걷기 위해선 에너지가 되는 음식이 있어야 하고 옷도 입고 있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배설도 해야 한다. 그렇다면 평생 내게 필요한 자연자원과 그것을 소비한 후 생겨난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토지는 어느 정도일까?

자연에 남겨진 인간의 발자국, 즉 한 사람이 지구에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기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 바로 생태 발자국이다. 이 책은 생태 발자국의 개념을 통해 환경 위기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 바로 1만1천818평이다. 녹색연합과 한화환경연구소의 200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태발자국 지수는 1인당 1만1천818평이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발자국이 5천445평이라고 하니, 한국인의 수치는 그 두 배가 넘는다. 즉 모든 지구인이 우리처럼 살아가려면 지구가 2.08개가 있어야 한다는 것.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내 생애 지구에 빚지게 되는 땅이 1만평이 넘는다니 말이다. 이처럼 생태발자국 분석은 인류의 위기를 깨닫게 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행동방향을 제시한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 때문에 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휴대전화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는 '탄탈 커패시터'의 원료인 '콜탄'을 캐내느라 아프리카의 숲이 뽑혀나가고 강바닥 곳곳에 구멍이 뚫린다. 콜탄 값이 10배나 뛰면서 콩고, 르완다, 앙골라 등 내전 국가의 군벌들이 서로 콜탄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 과정에 1990년대만 500만명이 사망했다. 세계 콜탄 매장량의 80%가 묻혀 있는 콩고는 이 때문에 지구상 마지막 존재하는 고릴라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90%가량 줄어들었다는 것.

한편 중국 광둥성 기유마을은 최첨단 제품 폐기물로 수난을 겪고 있다. 대평 컴퓨터에서 휴대전화까지 이른바 'e-쓰레기'는 유독성 때문에 국가간 이동이 금지됐지만 최대 쓰레기 배출국인 미국은 엄청난 양의 e-쓰레기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생태발자국의 개념을 1996년 처음으로 소개한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는 국민총생산(GNP)대신 생태발자국을 국가간 경제지표로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국민총생산은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갖는 사회적 비용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 개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겨우 1천513평밖엔 안되는데 우리가 1만1천149평을 사용하고 있다면 나머지는? 부족한 1만여평은 다른 나라의 토지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자연과 사람들에게 '생태적 빚'을 지며 살고 있다는 것. 우리가 사용하는 목재를 강원도에서 생산한다면 강원도 숲은 2년, 한반도 전체의 숲은 15년이 채 되지 않아 모두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한번쯤은 우리가 빌려쓰고 있는 브라질 아마존의 숲과 인도네시아 열대밀림을 생각해볼 일이다.

나의 생태발자국은 얼마일까. 지금이라도 녹색연합 홈페이지(www.greenkorea.org)에서 확인해보시길.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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