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무원 ""정시 출퇴근·철밥통 아니었네"

입력 2006-11-03 11:00:58

대구 새내기 공무원 171명 설문 절반 이상 "당초 생각과 다르다"

지난 6월 대구 한 구청에 첫 발령을 받은 A씨(28)의 '공무원 되기'는 험난했다. 1년간 외무행정직 도전을 거쳐 국가직, 지방직, 서울시 등 각종 9급 행정직 시험을 치면서 다시 3년을 보낸 A씨는 도전 4년 만에 그토록 원하던 공직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소위 '정시 출·퇴근', '철밥통'으로 알려졌던 공무원 생활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A씨는 "군 제대 뒤 4년간 시험을 준비해 바라던대로 공무원이 돼 행복하다."면서도 "민원인을 만나는 일이 잦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생각보다 업무량이 많아 칼(?) 퇴근은 해본 적도 없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공무원은 불경기와 명퇴 추세 속에서 정년 보장과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업무 부하 등을 이유로 취업예비군에게 큰 인기다. 실제로는 어떨까?

본지 취재진이 지난 6월 이후 입사한 대구시 8개 구·군청 행정직 9급 공무원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공직 입문 직후의 차이'에 대해 절반 이상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1명 중 95명(55.5%)이 '업무량이 많다' '정시 퇴근을 못한다' '민원인과 충돌이 잦다'는 등을 이유로 '공직 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응답했다. '예상했던 대로'라고 답한 경우는 18명(10.5%)이었다.

한 여성 공무원은 "쉬엄쉬엄 일하다 6시 땡 퇴근을 기대했지만 할 일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김모(31) 씨도 "요즘은 정시 퇴근이 힘든 것은 물론, 퇴근해도 엑셀, 파워포인트 등 기본 업무를 익혀야 해 시험 준비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간부는 "공직 사회도 최근 다면평가제, 직위공모제, 성과급제도 등으로 치열한 경쟁바람이 불고 있고 시민들의 의식수준 향상으로 민원인을 상대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며 "'철밥통' '복지부동'으로 표현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했다. 취업전문사이트 최승은 인크루이트 홍보팀장은 "사회가 불안정해 '공직쏠림'이라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수한 인재가 지나치게 일반 행정 업무에 몰려 실력 발휘를 못하거나 공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장성현·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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