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철강업이 사양산업이라니…

입력 2006-11-01 07:45:44

철(鐵)이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철강업은 사양산업이니 첨단업종 위주로 산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접하곤 한다. 물론 나노, 바이오, IT 등의 첨단산업에 대한 깊은 관심은 공감하지만 철강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주장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에 진력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주목받고 있는 첨단산업이 아니라고 해서 사양산업이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닐까 한다.

IT산업이 일반 제조업을 능가하는 기업가치를 보이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의 제조업은 굴뚝산업이고 사양산업이라 치부되었고, IT산업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으로 거품 쌓기에 바빴다. 물론 제조업과 연계되지 않은 IT산업의 장밋빛 거품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빠져버리게 되었지만….

철은 여전히 오늘날 산업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도 온통 철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더구나 철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철강재 t당 평균 가격이 60만 원대이므로 ㎏당 가격은 600원에 불과하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1ℓ생수가격이 800원 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싼 것이다. 또 가격이 1천500만 원인 자동차 중량의 90% 이상이 철이지만 철이 차지하는 금액은 가공비를 제외하면 6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철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열처리와 합금원소를 첨가하여 다양한 성질의 강재를 만들 수 있고 환경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점이다.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의 경우 부식기간이 500년이나 되며 부식독으로 인해 토양을 오염시키지만, 철은 토양오염 없이 부식되는 데 100년이면 충분하고 재활용이 쉬운 환경친화적 소재이다.

또 한국이 세계 5위의 자동차산업을 유지하고, 세계 1위 조선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철강업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어 철강업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효과가 매우 크다. 이처럼 국가발전의 중요한 몫을 하는 철강은 세계적으로 11억t이 생산되고 있다. 철강 선진국은 1인당 연간 철강소비량이 0.5∼0.6t이고, 전 세계 65억 인구를 감안하면 철강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철강 자급자족이 되지 않고 있는 인도와 아프리카 대륙을 고려하면 양적인 면에서의 철강수요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철강산업이 더 발전할 여지가 많은 데도 철강업이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철강 후발국인 중국은 저임금과 자국의 철광석 원료를 이용, 철강생산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철강생산량의 30%가 넘는 3억 5천만t을 생산했다. 이러다 보니 100% 수입원료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일반 범용강으로는 생산규모나 가격면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어렵고, 일부 철강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고급강 생산을 통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만이 미래 철강산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천100만t의 철강을 생산했다. 머지않아 해외 1천500만t을 포함해 5천만t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전체 제품 중 고급강인 전략제품 비율도 2002년 34%에서 2008년까지 80% 수준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지난 10년에 걸쳐 자동차용 강판, 석유수송용 강재, 선박용 고기능 후판, 고기능 냉연재, 극세선 타이어코드용 선재, 전기강판 등의 고기능 열연재 제품개발에 주력해 왔다. 또 기술개발 중인 스트립 케스팅 설비와 내년 초 준공 예정인 최첨단 철강 신기술인 파이넥스 설비 등 한 단계 높인 철강기술의 테이크 오프(Take-Off)를 통해 회사 전체를 고부가가치강 생산 위주로 전환해 가고 있다.

산업계 전반은 점차 다양화, 고도화되고 고급 철강제품 수요는 한층 늘고 있다. 철강산업의 질적인 면에서의 발전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철강업이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기술적 도약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과 적극적 관심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때다.

오창관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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