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진로부장 "학생들 진로선택 자신감부터 줘야죠"

입력 2006-10-31 07:14:25

"아이들에게 진로를 물어보면 별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연하게 '글쎄요.'라거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황당한 답변도 있어요."

지난 25일 만난 김동기(50·연구부장) 구남여자정보고 교사는 실업계고 진로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절박함부터 토로했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상고를 졸업하면 은행에서 바로 데려갈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옛말. 졸업생 40%가 취업을 택하지만 생산직·단순 사무직이 다수인 형편이다.

그는 다음 달 6일부터 시작되는 실업계고 홍보주간을 생각하면 벌써 어깨가 뻐근하다. "학벌 위주 교육 풍토 때문에 학력이 부진하거나 가정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이 아무래도 실업계고에 많이 진학합니다. 진로에 대한 동기도 약하고 성취의욕도 낮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사회 여건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김 교사는 지난 6월부터 교사, 학생들이 주축이 된 구남고 '오아시스 연구회' 회장직을 맡아 진로교육에 힘을 쏟고 있었다. 앞서 4월쯤 시 교육청이 공모한 '전문직업인 자료 개발' 학교에 구남고가 선정된 덕분이었다. 이후 회원 모두가 정열을 바친 덕에 지난 20일에는 그간의 진로교육성과를 담아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와 함께 '구남 진로탐색 엑스포'를 열기에 이르렀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모여 '자기소개서 쓰기' '미래의 내 모습' '전문직업인 인터뷰하기' 등의 연구회를 진행했는데, 오후 3, 4시가 돼도 학생들이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습니다."

35명의 연구회 학생들은 보석감정사, 패션디자이너, 패션산업학과 교수, 유치원 교사, 수영강사, 간호사, 수영강사 등 지역의 전문직업인을 직접 만나거나 e메일로 인터뷰하고 '직업이야기'라는 책을 엮었다. 또 자신의 꿈을 타임캡슐에 넣어 교정에 묻고 2037년 정오에 다시 만나 꺼내보기로 했다. 국사교사가 꿈인 한 학생은 일일 교사가 돼 자신의 수업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김 교사는 "올 초 교생실습 때도 대학에 일부러 구남고 출신을 요청했다."며 "교사가 된 선배들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문을 연 대구시 교육청 온라인 '진로정보센터(career.dge.go.kr)' 제작에도 특별연구교사 자격으로 참가하는 등 진로교육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지켜오고 있다. 그는 며칠 전 '진로탐색 엑스포'의 성공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학생들은 푸드스타일리스트, 뷰티코디네이터, 네일아티스트, 보석감정사 등 7개 분야 전문인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직업을 체험했다.

"글쓰기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이번 행사에 대한 소감문을 열심히 써 내는 걸 보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볼 기회나 정보가 없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김 교사는 내년에는 연구회 학생을 100명으로 늘려 더 많은 학생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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