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가을에 농경지 침수…울진 농민들 '분통'

입력 2006-10-25 10:26:20

"하룻동안 1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끄떡없던 농경지가 행정당국의 건설 공사 이후 조금만 비가 와도 침수되고, 바닷물이 백사장을 넘어 (농경지로) 유입되고 있어요. 이것은 명백한 관재(官災)입니다."

24일 오후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와 '해양스포츠제전'이 열리는 행사장 인근 근남면 수산들.

삼삼오오 모인 농민들은 물에 잠기고 염분에 찌든 농경지를 바라보며 울진군청의 '제멋대로식 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23일부터 이틀간 이 지역에 내린 강우량은 59.5mm.

여느 때 같으면 늦여름부터 시작된 가뭄에 목마른 대지를 흥건히 적시는 정도의 양이었지만 이번엔 들 전체 40여ha의 4분의 1에 가까운 10여ha(울진군청 추산)를 침수시켜 버렸다. 게다가 바닷물까지 모래사장을 넘어 들판으로 스며들었다. 벼 수확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토양 오염까지 불러 일으킬 게 뻔한 일. 때문에 1년 농사의 마무리인 수확을 앞둔 농민들로선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군이 작년에 친환경농업엑스포를 위해 농경지 인근에 우회도로를 건설하면서 도로 높이를 너무 높게 해 물 빠짐에 장애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8월 해양스포츠제전을 준비하면서 행사장 마련을 위해 천연 방수사(防水沙) 역할을 하던 모래사장을 깎아 바다를 매립한 뒤 원상복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래사장이 낮아져 조금만 파도가 쳐도 바닷물이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말문이 막히는 것은 불과 두 달 사이에 똑같은 피해가 벌써 두 번째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지난 달 19일에도 농경지 물이 빠지지 않은 상황에서 바닷물이 범람해 농경지 일부와 해양스포츠제전을 위해 조경수로 심어 놓은 800여 그루의 소나무 생장에 적잖은 피해를 주었다.

주민 김모 씨는 "도로 개설 때 하구 부분 높이를 낮추거나 배수펌프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는데 행정당국이 이를 무시했다. 모래사장을 깎을 때도 절대로 안된다고 지적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이모 씨는 "지난 9월에 피해가 발생했으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군이 뒷짐만 지고 있다가 똑같은 변을 두 번씩이나 당했다. 만일에 해일이라도 일게 되면 농경지 침수 피해는 물론 들판에 조성된 농가에서의 인명 피해도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울진군 관계자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우선 물이 빠지면 토양 오염 여부부터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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