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것도 서러운데…" 나이제한에 또 울었다

입력 2006-10-25 10:41:09

대구 60세 이상 일자리박람회…나이 안맞아 대부분 발길 돌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3년째 열리고 있는 대구노인일자리박람회에 1만2천여 명(주최측 추산)이 몰려 성황을 이뤘으나 나이 제한과 함께 부스관리가 제대로 안돼 일자리를 구하려는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날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단순조립공을 뽑는 기업 부스엔 박람회 시작 1시간 30분만에 50여 명이 이력서를 제출할 정도로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일하는 어르신이 아름답습니다.'는 박람회의 구호와는 달리 '55세 이상 65세 미만'이라는 나이 제한으로 상당수 어르신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저런 제한을 두지."라며 자조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군대에서 젊음을 보냈다는 김두회(85)씨는 "우리같은 사람을 반겨주는 곳은 아예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성두경(78) 씨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나이제한을 보면 '접근금지' 표지판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67세 미만'이라고 조건을 내건 부스 안에서는 "우리 회사에서는 지난해에 나이 칠십된 사람은 다 내보냈다."는 담당자의 음성이 들렸다.

자원봉사로 이곳을 찾은 김재은(22·대구산업정보대 사회복지학과) 씨는 "저렇게 정정하신 분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박람회 운영도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는 제조·생산·운수 등 모두 62개 업체지만 부스만 설치됐을뿐 기업담당자가 없는 부스가 상당수였다. 이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이 노인들의 이력서를 대신 받고 있었으며,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어떤 조건인지 알 수 있는 상담은 전무했다.

박람회 사무국은 "60세 미만을 주로 채용하는 기존의 노인일자리박람회와 차별화해 60세 이상 어르신을 직접 채용할 수 있는 업체들만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업체와 직접 면접을 하는 어르신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