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쫓기다 보면 생각하는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생각이 줄면 가끔씩은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겪어야 하는 상황은 예상 외로 심각하기 십상이다. 조금만 일찍 생각했더라면 쉽게 해결할 수도 있었을 문제였다면 후회는 더욱 크다.
환경 문제는 특히 그런 듯하다. 신문·방송에서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와 관련된 뉴스를 볼 때면 "어째 저런 지경까지 됐나" 하며 혀를 차지만 그때뿐이다. 우리들 각자가 주위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하지 않고 사는지 돌이켜보면 참으로 걱정스럽다. 당장은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다 보니 남들과 얘기하기도 뭣하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책의 저자 서문은 이런 무신경에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100년 뒤의 후손이 보내온 가상의 편지에는 너무나도 끔찍한 지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숲은 사라지고, 먹을 물은 턱없이 모자라고, 오염 때문에 여행도 통제받고, 오염된 실내공기 청소를 위해 날마다 지하대피소로 피해야 하는 생활이라니.
지나친 걱정이 아닐까 싶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걱정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와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사실은 책 속에서 간단히 확인된다. 핸드폰, 티셔츠, 비닐봉지, 종이 한 장, 나무젓가락 같이 주위에 널려진 물건들이 지구의 수명을 갉아먹는다는 사실. 산에 오르며, 냉장고를 켜고, 세탁기를 돌리고, 전기 스위치를 켜며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 역사를 오가며, 세계 곳곳을 짚으며 들려주는 설명 속에서 쉽게 이해된다.
다행히 책에서는 각각의 스토리마다 '휴우' 하며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도 빼놓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켜 가면 지구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실천거리들도 소개한다.
아이에게 읽기를 권할 때 써먹을 만한 내용도 넉넉하다. 예컨대 "전쟁을 반대하고 세계 평화를 바란다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진 뒤 고민하는 아이에게 "나라면 내복을 입겠어."라고 해 보자. 뜬금없는 얘기에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다면 책 권하기는 완벽한 성공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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