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들의 보금자리 '동성아트홀'

입력 2006-10-18 07:24:55

'호텔 르완다', '시티즌 독', '나인 라이브즈'...

대구에서 작품성은 있되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기란 쉽지 않다. 멀티 플렉스 영화관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 극장은 정작 저예산의 '작은 영화'나 예술성있는 영화, 즉 흥행성이 확보되지 못한 영화들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역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 극장 '동성아트홀'이 있어 지역 영화팬들은 위안을 삼을 만하다.

2004년 9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동성아트홀은 200여석의 작은 규모에 단관이지만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좋은 영화'를 맘껏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관객 수가 크게 늘고 있다. 2004년 500명 안팎이던 한달 관객수는 한때 200명선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올해 4월엔 처음으로 2천명을 넘는 등 관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 올 상반기 관객이 8천200여명으로, 지난해 3천150여명에 비해 세배 가까이 늘어나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동성아트홀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흥행과는 거리가 먼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흥행성이 뒷받침되지 못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외면당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구미를 비롯한 인근 경북지역에서 원정 관람을 올 정도. 앞으로도 '유레루', '금발의 초원' 등 지역 영화팬들이 목말라하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동성아트홀은 시기 적절한 특별전을 진행,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주엔 한불 수교 120주년 특별전 '팡테옹 뒤 시네마 프랑세'를 열었다. 프랑스의 192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영화 마니아들에겐 전설같은 영화들을 상영한 것. 지난 8월 말에는 '키리쿠 키리쿠', '철수♡영희' 등을 묶은 '어린이영화 특별전'을 열었고 8월초엔 '일본인디영화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동성아트홀이 1992년 개관한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극장주 배사흠(61)씨를 비롯한 영화팬들의 정성 덕분이다. 배씨는 돈벌이가 되지 않음에도 하루종일 극장 매표소를 지키고 있고 매점운영은 부인 몫이다. 영사기를 돌리는 것은 배씨의 아들. 그야말로 '가족극장'인 셈이다. 배씨는 "단관극장이 다 문을 닫았지만 좋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차별화로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대구독립영화협회는 2004년부터 영화 프로그램과 배급을 맡아 예술영화 전용극장의 오늘을 만들어 냈고 2005년 2월 한 관객이 만든 카페 '동성아트홀릭(http://cafe.naver.com/dartholic.cafe)'은 현재 회원수 4천300명이 넘어, 명실공히 입소문의 진원지를 자처한다. 또 영화관 내부는 계명대 미대 학생들이 예술적 감각으로 꾸며놓았다. 작은 전시실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 남태우씨는 동성아트홀의 성장 비결로 지역 영화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꼽고 있다."영화를 사랑하는 대구독립영화협회와 동성아트홀릭 카페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 극장주의 의지가 지역에서 영화의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요."053)425-2845.

최세정기자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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