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 위로

입력 2006-10-18 07:37:10

호주에서 시작된 '안아주기 운동'이 전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다. 후안 만이라는 이름의 청년이 2년여 전부터 시드니의 한 거리에서 '무료로 안아드립니다(Free Hugs)'라는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껴안아준데서 비롯됐다. 멀쩡해 보이는 청년이 쯪쯪…. 아마도 처음에 사람들은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혀를 차며 비웃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웃고 행복해 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는 그의 진심어린 태도에 사람들은 기꺼이 안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서로를 꼭 껴안아주는 모습에선 사랑이 넘쳐난다.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환한 얼굴로 바뀐다. "잠깐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웃음과 행복감을 선사받는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 한때 경찰이 제동을 걸었을땐 시민들이 탄원을 했다. 이런 모습들에 감동받은 사람들로부터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동참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는 세계 곳곳의 거리에서 수줍은 표정으로 안아주기 피켓을 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그들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안기려 할까. 아마도 그 바탕에 깔린 것은 위로받고 싶은 심리가 아닐는지. 지구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위로자(慰勞者)를 필요로 할테니까. 제아무리 난다긴다 할지라도 외롭고 괴롭고 때로는 억울할 때도 있는 법이다. 허허로운 가슴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어디 한두번이랴. 정채봉은 일찍 저 세상으로 간 엄마에게 가슴속 억울한 일을 얘기한뒤 위로받고 싶다고 썼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단 5분/그래,5분만 온대도 나는/원이 없겠다/얼른 엄마품속에 들어가/엄마와 눈맞춤을 하고/젖가슴을 만지고/그리고 한 번만이라도/엄마!/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숨겨놓은 세상사 중/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엉엉 울겠다"(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중).

"위로 받은 자만이 위로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목회자 찰스 스탠리 박사는 "역경은 우리를 위로자로 준비시킨다"고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들은 삶에 지친 이웃들의 위로자로 다가오고 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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