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15일 대북 제재결의 채택에 즉각적인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은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북한의 진부한 수사를 되풀이한 것이며 본질적으로 공허한 위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발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대칭적인 반작용을 일으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될 뿐더러 기존 우방의 지원도 끊길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잘 알고 있어 재래식 또는 핵 무기 등을 동원한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러한 분석의 배경이다.
실제 대북제재를 전쟁 선포와 동등한 조치로 여긴다는 북한의 주장은 해묵은 입장으로 이날 새벽 대북 결의안 채택 표결을 위한 유엔본부 회의장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북한의 박길연 유엔대사가 안보리의 제재 결의 가결 후 연설에서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선언하고 미국의 추가적인 '압력'이 있을 경우 이를 전쟁선포로 간주하며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뒤 퇴장해 버린 것.
연설에서 박 대사는 특히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핵실험을 단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핵 선제 공격으로 위협하고 한반도 부근에서 군비증강과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으로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간 국제사회가 대가는 지불하지 않으면서 뭔가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해온 점을 두고 볼 때 유엔 안보리의 이번 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거센 반발은 이미 예상됐던 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이런 요구에 굴복할 경우 위대한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한 내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수뇌부는 부시 미 행정부의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시도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보는 북한의 시각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제재는 자국을 국제사회의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분리,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돈줄을 끊어 정권 교체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북한 수뇌부의 시각인 것이다.
실제 대북 금융제재 조치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측근은 물론 북한 사회 전반이 압박을 받는 등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북한은 미 행정부에 금융제재 철회를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대사가 유엔 연설에서 핵실험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한 것도 대북 금융제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이 핵실험을 미 행정부의 공세를 피하고 협상에서 그들이 원하는 정권 보장을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인식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위협이 없다면 단 한 개의 핵도 가질 필요가 없으며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한다면 북미 간에 신뢰가 조성될 것"이라는 박 대사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연설에서 박 대사가 "한반도 비핵화는 고(故) 김일성 주석 유훈이자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북한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대해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 있다는 '채찍'과 함께 미국이 대북 압박을 완화한다면 대화의 장에 나갈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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