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막판까지 진통 거듭

입력 2006-10-15 08:12:06

중-러, 북 제재해제 규정 포함 주장으로 막판 진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현지시간) 오후 대북제재결의를 채택, 북한 핵실험 주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하고도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나 핵심쟁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던 중국과 러시아가 막판 이의를 제기하면서 채택 직전까지 채택시기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됐다.

또한 결의에 포함된 해상검색 조항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결의 채택 직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결의 이행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된 결의 때와 마찬가지로 결의 채택 직후 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입장을 발표한 뒤 곧바로 안보리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0...이날 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마지막 순간까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상임이사국과 일본은 12일 밤 유엔헌장 7장 원용범위를 비롯한 핵심쟁점에 잠정합의, 채택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일부 조항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추가절충을 요구, 이날 오전 유엔본부 내 안보리 회의장에서 비공개협의를 시작할 때 만해도 투표가 다음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회의장 주변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시 제재해제 규정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중국이 동조했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투표가 다음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돌았다.

그러나 12시를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며 안보리 관계자가 유엔방송의 TV 카메라를 회의장으로 불러들이면서 타결임박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회의장을 빠져 나온 한 관계자가 오후 1시30분 투표사실을 알렸으며 왕광야 중국대사와 존 볼턴 미국대사도 "공식조치를 위한 공식회의가 소집된다"고 확인, 협상 타결 사실을 알렸다.

0... 대북 결의 채택을 위한 안보리 전체회의는 1시42분 시작, 5분도 안돼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보리 의장국인 오시마 겐조 일본 대사는 개회를 선언한 뒤 회의장에 있던 박길연 주유엔 북한대사와 최영진 대사를 테이블로 초대한 상태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투표에 부쳤다.

투표는 거수로 진행됐으며 15개 이사국 전원이 찬성하면서 곧바로 결의 채택이 선언됐다.

박길연 북한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대북 제재 결의 채택과정을 지켜보다 입장발표를 통해 안보리 제재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박 대사는 이어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서 안보리가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마치 갱단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격하게 비난하면서 "제재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사는 미리 준비한 대언론성명을 격한 목소리로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은 채 동행한 다른 2명의 북한대표부 직원과 함께 유엔본부 건물을 빠져 나갔다.

북한의 거부 선언에 대해 오시마 겐조 일본 대사는 안보리 회의 직후 "놀랐지만 전혀 예상한 못한 일은 아니었다"면서 "북한은 지난 7월 미사일 발사에 따른 결의 채택 때에도 지금과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영진 대사도 안보리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북한의 반응에 실망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0... 북한은 이번 안보리 결의 채택 과정에서 지난주 안보리의 의장성명 채택 때와는 달리 매일 직원을 파견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안보리가 대북 제재논의를 시작한 9일부터 매일 직원들을 안보리 회의장으로 보내 이사국들의 논의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결의 채택 하루 전날인 13일에는 박길연 대사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대표부는 또한 유엔 기자실에 영문 보도자료를 수시로 배포해 북한의 입장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펼쳐 지난주 의장성명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앞서 안보리 경고성명 채택과정에 무관심으로 일관, 안보리 내에서조차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할 정도였다.

최영진 주유엔 대사도 이날 대표부에서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내에서 외교적인 접촉을 거의 중단하는 등 대북대표부의 외교적 활동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0...안보리는 이날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지만 곧바로 해상검색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등 앞으로 대북제재 결의 이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왕광야 중국대사는 결의 채택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검색을 승인하지 않는다면서 각국이 신중하고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도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왕 대사는 해상검색 관행에 대해 중국은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결의의 관련 조항에 대해 유보조항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북한 화물에 대한 해상검색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존 볼턴 미국 대사는 결의에 포함된 해상검색은 구속력 있는 조항이라면서 무엇보다도 구속력있는 조치에 모든 회원국들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해 중국과 해상검색 조항을 둘러싼 해석을 달리하고 있음을 보였다.

볼턴 대사는 이어 "우리는 오늘 북한 등에 대해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면 국제사회의 심각한 대응조치에 직면하게 된다는 강력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이란도 이번 대북제재 결의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시마 겐조 일본 대사는 이번 결의가 안보리가 최근에 채택한 가장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국제사회가 신속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판 진통을 야기한 장본인으로 지목을 받았던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대사는 결의 채택 직후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 일방적인 제재를 부과했기 때문에 안보리의 제재 논의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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