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10배차 성능은 글쎄?…'청소 로봇' 구매 가이드

입력 2006-10-14 07:58:52

집안 일 중에서 가장 귀찮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청소. 매일 쓸고 닦아도 돌아서면 먼지가 쌓여있고 찌든 때가 눈에 띄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청소로봇. 흔히 로봇청소기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 명칭은 청소로봇이다. 최근 들어 청소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 여러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가격대도 제품별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시중에 나와있는 청소로봇은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제품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

◆어떤 제품들이 있나

삼성전자 '하우젠' 청소로봇은 진행하는 각도와 거리를 계산해 지도를 그리면서 청소하는 셀프 맵핑(self-mapping) 방식을 채택해 기존 램덤방식보다 빠르고 꼼꼼하게 청소한다. 먼지방과 공기방을 분리한 트윈챔버 시스템을 장착, 먼지가 많이 쌓여도 필터막힘이 거의 없이 강력한 흡입력을 오래 유지한다. 한번 충전에 1시간 정도 지속가능하고, 청소 중 배터리 충전량이 20%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충전기를 찾아가 전기를 공급받는 기능도 있다. 계단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제품을 들어 올리거나 어린이가 제품에 앉을 경우 자동으로 동작을 멈춘다. 기종은 VC-RS60H와 VC-RS60 2가지. 고가 제품은 가정용 전화선을 연결할 경우, 외부에서 전화 한 통으로 청소를 지시할 수도 있다.

LG '로보킹'은 강한 흡입력과 청소상황에 따라 다양한 패턴 주행방식을 자랑한다. BLDC모터는 무접점 반도체 소자로 수명이 매우 길고 소음과 전자적 잡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고성능 리튬폴리머 배터리 사용하고 있으며, 구석청소용 브러시를 장착해 구석먼지 제거율을 높였다. 앞면에 고성능 장애물 감지 센서를 추가로 부착해 전면 장애물뿐 아니라 로보킹 높이 바로 윗면의 장애물도 감지할 수 있도록 감지능력을 개선했다. 청소상황에 따라 4가지 청소 주행방식을 택할 수 있다.

미국계 기업인 아이로봇사의 '룸바'는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 국내 대기업들이 내놓은 청소로봇은 90만 원대이지만 룸바는 9월까지 59만 원대. 10월 들어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10만 원 인하된 가격으로 선보인다. 높이 8.5㎝로 낮아 소파나 침대 밑에도 쉽게 청소할 수 있고, 다양한 바닥상태에 따라 바닥적응 모드도 눈에 띤다. 최적의 청소를 할 수 있도록 바퀴 안쪽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나무바닥, 카페트, 타일, 모노륨 등의 청소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청소로봇을 선보인 일렉트로룩스 '트릴로바이트'는 영어로 삼엽충을 의미한다. 고생대의 바다 밑바닥을 돌아다니며 플랑크톤과 박테리아 등을 빨아먹으면서 해저 바닥을 청소했던 삼엽충이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로봇의 기능과 유사한 점에 착안한 것. 내장 센서를 이용해 방 크기를 측정하고 청소를 하며, 배터리가 부족하면 자동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또 원하는 요일과 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장애물 감지기능과 계단 인식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격은 230만 원대로 가장 비싸다.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하나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시중에 판매 중인 청소로봇 13개 제품에 대한 테스트(별표 참조)를 했다. 가격대는 최저 17만 원부터 238만 원까지. 최저가 제품은 ㈜유엔아이일렉트론의 'ZR-10'이고, 최고가는 일렉트로룩스 제품이었다. 이 같은 가격 차이에 대해 소보원측은 이동에 필요한 동력장치(모터), 자율이동에 필요한 센서와 제어장치, 쓰레기 수집장치 및 전원장치(배터리)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래 사용하려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무게도 늘고 가격도 비싸진다는 것. 아울러 장애물에 일단 부딪힌 뒤에 방향을 바꾸는 기계식보다는 거리 센서를 이용한 전자식이 비싸지고, 센서 수에 따라서도 가격은 달라진다.

13개 제품에 대해서 청소성능(일정 구간에 뿌려진 쌀·조를 흡입한 평균 성능), 소음과 사용 편리성(쓰레기 수집함·충전 재가동), 자율이동성(충돌방지·추락방지·문턱통과) 등 7개 항목에 대해 별점(별 3개는 우수, 2개는 보통, 1개는 미흡)을 매겼다. 230만 원대 수입 제품 2가지가 4, 5가지 항목에서 별 3개를 받았으며, 90만 원대 국산 제품은 1, 2개 항목에서 우수 판정을 받았다. 가격대가 제품 성능과 직결된 것은 아니었다. 청소성능만 놓고 본다면, 17만 원대 제품은 '우수', 238만 원짜리는 '보통'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저가인 만큼 표시된 시간(60~90분) 대비 실제 배터리 사용시간은 15분으로 상당히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벽면에 가까운 곳의 청소상태, 종이 등 비교적 크기가 큰 쓰레기 처리 능력, 솔에 쉽게 감기는 머리카락 청소 능력 등에서는 가격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일부 제품은 메인브러시나 보조브러시에 머리카락이 감겨 제거하기가 쉽지 않았고, 심지어 브러시를 떼어내려면 나사를 풀어야 하는 등 가정에서 쉽게 조작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3개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쓰레기 수집함이 꽉 차서 더 들어갈 수 없는데도 계속 작동하는 오류가 있었다. 소보원측은 시험을 마치고 "(청소로봇에 대해) 큰 기대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일반 진공청소기에 못미치는 흡입력, 왠만한 문턱에도 걸리거나 화장실로 추락하는 제품, 구석이나 벽면 청소를 제대로 못하는 제품 등 아직 청소로봇이 가정내 청소일을 대신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 특히 높은 가격대 제품일수록 로봇의 기본성능인 제어기능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청소성능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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