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태 동요는 없다"…지역민들 차분한 반응

입력 2006-10-10 10:06:24

북한 핵실험 사실이 전국을 강타한 9일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일상 생활로 돌아온 많은 시민들은 "놀랐지만 우리가 혼란스러워 할수록 북한의 오판 가능성만 키운다."며 차분하고 침착한 반응이었다.

9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한 대형소매점. 과거 북한의 안보위협이 있을 때마다 벌어졌던 특정 물품 사재기는 구경할 수 없었다.

이 곳 매장점원(45·여)은 "과거처럼 라면이나 부탄가스 등을 대량으로 사가는 사람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쇼핑 나온 시민 어느 누구도 동요하는 모습이 없다."고 전했다.

김길환(48·대구 북구 대현동) 씨는 "핵실험은 분명한 위협"이라며 "하지만 우리의 국력으로 볼 때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국민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6·25 전쟁을 직접 겪은 이말형(70·대구 수성구 파동) 씨는 "남, 북한 모두 자멸하는 길이 핵전쟁인데 북한이 이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금강산 관광예약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국 취소사태 등도 벌어지지 않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는 대구시내 여행사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광 계속 여부를 묻는 전화는 잇따랐지만 취소사태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12일과 17일 금강산으로 떠나는 관광객들이 동요하면서 여행취소가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수십통 씩 걸려왔지만 우려했던 취소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나 금강산 관광을 총괄하고 있는 현대아산도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관광을 정상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에도 1천41명의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둘러보기 위해 입북했다.

대구로얄관광 정재식 부장은 "북핵 문제로 금강산 관광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지만 17일 떠나는 75명 가운데 실제로 예약취소를 한 고객은 없다."며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금강산 관광은 계속될 정도로 관광에 차질이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도 동요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금강산 관광객들은 2주 전에 예약을 해야 관광을 할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에 놀라 한국행을 취소하는 외국인 손님도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호텔 인터불고 관계자는 "문의전화나 실제 예약취소 전화도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를 예로 들며 "이 곳은 언제나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테러가 일상이 돼 있다."며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미국과 일본에게 북한 핵 실험은 '9·11테러'와 같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일촉즉발의 사태지만 한국민들은 주변국들의 무력대응을 오히려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북한의 정치적 술수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강하게 깔려 있는데 이 같은 반응이 자칫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게 해 냉철한 판단을 흔들리게 할 우려도 있다."고 경계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