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교육에 대한 단상

입력 2006-10-03 10:56:50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자, 꿈을 향해 날아가는 날개라고도 한다. 그래서 나라마다 경쟁적으로 교육에 매달린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선진국의 교육방향에 역행하는 지나친 국가 통제와 개입에 관한 문제만 불꽃을 튀길 뿐, 정작 중요한 교육의 본질에 대한 논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 동안 경제성장에만 치우쳐, 도덕적 의식을 형성하는 교육경험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가치나 헌신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공동체가 혼란과 위기에 봉착한다. 오늘날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시장원리주의, 개발성장주의이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자각이 없으면 우리는 단순히 시대의 제물이 될 뿐이다. 그리고, 이런 자각이 부족할 때 교육의 위기가 초래된다.

교육은 사람의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행위이자 과정이다. 동양에서는 교육을 사람을 길들이며 기르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서양에서는 사람의 능력을 개발시켜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차이만 있을 뿐, 교육이 추구하는 본질은 동·서양이 똑같다. 악에서 선으로, 미완에서 완성으로, 미숙에서 성숙으로, 무지에서 지혜로의 변화가 교육의 본질이다.

사람을 기르고 만든다는 것이 상당히 추상적이지만,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교육을 받지 않으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족한 존재다. 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워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키워주며,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중에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유된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후 우리 교육은 양심에 바탕한 도덕성이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시민됨에 필요한 자질의 형성에 너무 둔감했다. 삶의 본질적 가치를 망각한 결과는 사회적 고통으로 돌아왔다.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성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사회가 척박하고, 교육정신이 취약했던 탓이다. 이제 개인에게는 양심이, 사회에서는 정의가 서로 어긋남이 없이 공존관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지향하는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고, 자기창조와 자기실현이 가능한 사회이다. 물론 이러한 사회실현의 전제조건은,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물질적 궁핍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빈곤의 극복보다 더 급한 일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인식을 교정하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교육이 인격의 도야보다 소유실현이라는 수단적 가치에 지배된 까닭이다.

인격의 도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적으로 중요한 교육목적 중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인간성은 자연의 산물이자 사회의 산물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의 조화를 통한 인격완성을 하기 위해서는 전인교육이 필요하다. 전인교육은 머리의 지능뿐만 아니라 가슴의 감성, 손발의 기능을 고루 발달시키는 생활교육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그 동안 제도와 시설만 개선되면 교육이 좋아질 것이란 환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와 환경이 갖춰져도, 교육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허하다. 사랑으로 하는 참다운 교육으로 돌아와야 한다. 무한경쟁으로만 치닫는 세태 속에서도, 사랑만이 사람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랑은 교육의 본질로 돌아오는 지름길이다.

사랑이 있는 생활교육의 실천을 통해서, 전인적 성장의 기반 위에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 기초능력을 토대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민주 시민의식을 기초로 공동체의 발전에 공헌하는 사람들을 기를 수 있다.

시대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시대의 가치는 시대정신으로 표현되고, 교육이 추구하는 것은 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오늘은 경제에 달렸고, 내일은 교육에 달렸다. 경제가 기울면 우리가 일터를 잃고, 교육이 부실하면 우리의 자식들이 미래를 잃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시대변화에 적응하면서 사람의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올바른 교육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수성 前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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