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 조기교육 현상과 유아교육의 방향은?

입력 2006-10-03 07:49:10

사교육 열풍이 점점 나이 어린 유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7세 유아들이 영어유치원이나 각종 학원에 다니거나 학습지를 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고 최근에는 3, 4세 유아들까지도 이런 현상에 동참하고 있다. 이름도 독특한 새로운 형태의 유아대상 학원이 끊임없이 생겨나 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다.

생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영아들에게 플래쉬카드를 사용하여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한동안 붐을 일으키더니 생후 5개월부터 모집하는 영어학원도 생기고 있다. 놀이 중심의 수학교육이 바람직하다는 이론이 알려지자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여 수학 개념들을 빨리 배우도록 해준다는 학원이 생겨나 24개월부터 원아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재창의성 학원들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규 유아교육 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아교육과정은 놀이와 발달에 적합한 실제를 중심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한데 영어, 한자, 체육, 과학 뿐 만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어까지 가르치는 현상이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입시를 목표로 하는 선행학습이 유아들에게 조기화하는 연쇄작용의 결과라 볼 수 있다.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에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취학 전에 영어, 한자, 논술, 수학, 피아노, 미술 등을 가르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쇄적인 선행학습과 학부모의 조급증이 결과적으로 영아와 이른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超) 조기교육 현상까지 낳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영·유아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측면에서 심히 걱정되는 일이다. 유아들에게 일찍부터 문자와 수를 가르치는 것이 이들의 청소년기 학업성취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주의력 결핍증세가 나타나거나 학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서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동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감수성과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난다. 유아기에는 이러한 감수성과 호기심이 잘 발휘될 수 있는 풍부한 교육적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보고 듣고 만지고 느꼈던 감각들은 일생 동안 그 어떤 기억보다 오래 저장되고, 성장해 가는 동안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유아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해서 완성된 지식들을 무조건 많이 주입하는 것은 오히려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아기에는 앞으로 많은 지식들을 배우고 활용하기 위한 기초와 토대가 되는 정서적 안정과 긍정적 태도형성, 인성개발, 다양한 경험을 통한 종합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부모들이 유아교육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글· 정정희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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