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발언 파문 법조3륜 득실

입력 2006-09-27 10:07:44

법조계 권위 스스로 해체…사법부가 개혁 주도권 쥐어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과 변호사 비하 발언으로 촉발된 법조계의 파문은 이 대법원장이 26일 사실상 사과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일단 봉합 됐지만 '법조 3륜'에는 다시 이어 붙일 수 없는 틈이 생겼다.

이달 13일 광주고법을 방문한 이 대법원장이 판사들에게 "법조 3륜은 없고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국가의 3륜이 있다"고 했던 말이 그간의 논란을 거치면서 엄연한 현실이 됐다 이미 조관행 전 고법부장 판사의 구속과 잇단 영장 갈등 사태를 겪으면서 법원과 검찰의 암묵적 동료 의식은 희석됐다.

검찰이 '판사 우월주의'라고 노골적으로 불쾌하게 여기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대륙법이나 영미법 어느 체계를 따르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내부 결속 강화…'익숙한 것과 결별' = 이 대법원장의 잇단 발언은 사법부에재판의 주도권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공판중심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검찰 수사 기록에 의존하면서 쉽게 재판하던 관행도 버리고,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껄끄러운 변호사와 법조 3륜의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재판의 주관자와 보조자로 만나라는 공개적 주문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전관예우나 조서재판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지만 문제제기를 할 통로를 갖지 못했던 판사들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 이후 검찰과 변호사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명분에서 밀릴 게 없다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고도의 계산 속에서 의도적으로 한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 개혁 속도 맞추는 검찰 = 검찰이 25일 공판중심주의의 핵심 중 한가지인 증거분리제출 제도를 전격 확대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사법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잇따라 공판중심주의의 주도권을 가지라고 말한 것도 검찰이자칫 명분 없는 싸움에 휘말려 개혁 대상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도 할 말은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는 이번 파문이 조관행 전 고법부장판사의 구속 이후 사법부가 내부의 불만을 다독이려다가 벌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혹 어린 시선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의 유착 관계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사법개혁의 명분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증거분리제출 제도 전면 확대 방침을 이 대법원장이 요구하는 공판중심주의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반격 카드로 보는 해석도있다.

◇ 전문성으로 승부를 겨루어야 하는 변호사 = 이 대법원장은 광주고법 순시 때자신이 변호사 생활을 해봐서 잘 안다며 "판사실에서 이뤄지는 그 판사들의 합의에 내가 좀 개입해보고 싶다.그것이 일반인들의 생각이고 그래서 변호사에게 돈을 준다"라고 전관예우에 일침을 놓았다.

그는 "변호사에게 돈 갖다 주는데 법정에서 갑 1호증 성립, 소장진술 하는데 쓰라고 돈 갖다 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까지 말했다.

이 발언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상당수 네티즌들은 '격식'을 갖추지 않은 이대법원장을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변협 입장에서 보면 일부 변호사들의 행태를 두고 변호사들이 모두 그런 것처럼비하하는 면도 없지 않고, 이 대법원장도 '말 실수'라며 간접적으로 사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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