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장르 드라마' 시대가 열리는가.
그동안 국내에는 제대로 된 장르 드라마가 없었다. 의학드라마는 병원을 무대로 한 사랑이야기, 법조드라마는 법정을 무대로 한 사랑이야기였다. 한국 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사랑이라는 한정된 소재에 집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방송사들과 외주제작사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소재의 드라마들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의학드라마다. '실낙원'의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KBS2 월화드라마 '구름계단'이 방송 중인 가운데 MBC 역시 일본 작가 야마자키 도요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하얀 거탑'을 내년 초 내보낼 예정이다. 안판석 PD가 준비 중인 '하얀 거탑'은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야망을 향한 천재 의사 장준혁의 끝 없는 질주 종말을 그린다.
또 '다모'와 '패션 70s'의 이재규 PD도 '옥탑방 고양이'의 민효정 작가와 함께 의학드라마 '이발사'(가제)를 준비중이며 SBS도 내년 초 '굳세어라 금순아'의 이정선 작가가 집필하는 의학드라마를 방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MBC에서 방송돼 인기를 모았던 '종합병원'의 후속작 '종합병원2'도 관심을 모은다. 당시 대본을 맡았던 최완규 작가가 소속된 외주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내년 봄 '종합병원2'를 방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범죄 수사물도 선보인다. KBS2 4부작 '특수수사일지:1호관 사건'이 지난 21일 종영된 가운데 옐로우필름은 내년 방영을 목표로 설경구, 손예진, 차인표 등이 출연하는 범죄 수사 드라마 '에이전트 제로'를 사전 제작한다.
이처럼 장르 드라마가 활발히 제작되는 것은 소재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뻔한 '사랑놀음'에 시청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 이런 기류 속에서 장르 드라마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의학드라마 등 장르물의 제작은 시청률 면에서도 효과적이다. 국내 사례를 봐도 '종합병원', '허준', '동의보감' 등 대부분의 의학 관련 드라마들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장르 드라마의 출현은 드라마의 다양성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갑자기 같은 장르의 드라마들이 쏟아져나오는 현상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새로운 소재를 내세운 의학드라마가 트렌디 드라마만큼 많다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유행처럼 붐을 타고 치밀한 준비작업 없이 제작에 뛰어든다면 드라마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는 "깊숙하게 연구를 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전문성 없이 다룬다면 결국 다시 멜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장르물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멜로물만을 선호하는 현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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