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인한 '강박장애'도 업무상 재해 판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성수제 판사는 26일 업무 스트레스로 강박 장애를 겪다 퇴직한 김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강박 장애는 그동안 그 원인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추정될 뿐 주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업무와의 관계가 입증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련분야 업무 경력이 30년에 이르는 원고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었으나 평소 꼼꼼한 성격 탓에 회사에서 산재가 발생하고 원청업체로부터 품질 하자로 감점을 받은 이후 불안증세와 초조감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박장애는 급성적인 발병이 많아 발병 당시 스트레스와의 관련성이 높은데, 발병 직전에 영향을 미친 업무상 스트레스가 그 이전 요인들보다 발병과 관련성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학적 소견도 있는 점을 비춰볼 때 원고 병은 업무로 인해 발병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1970년부터 K사에서 근무해 온 김 씨는 1987년 퇴사해 하청 섬유업체인 P사에 입사했는데 산재 발생과 제품 품질문제로 인한 클레임이 발생하자 일반적인 품질점검도 수차례 하고 조금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창고를 뒤져 제품을 색출하는 일을 반복했다. 김 씨는 퇴근 후에도 재차 현장으로 돌아가 제품을 재확인하기도 하는가 하면 기계 중요부품이 파손되거나 분실될까봐 중요 부품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도 하루에 수차례 확인해야 하는 등의 강박 장애를 겪었다.

김 씨는 증상이 심해져 늘 불안하고 초조하며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2001년 '강박장애' 진단을 받고 퇴직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냈으나 공단 측이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하자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