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송 욕심'이 난맥 부른다

입력 2006-09-25 11:28:28

정부의 방송 인사정책이 어지럽게 꼬이고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제3기 방송위원회는 한 달 뒤 위원장이 물러나더니 이번에는 한 상임위원이 중도 사퇴했다. 방송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송위가 초반부터 안정을 잃고 있는 것이다. EBS는 일주일째 사장이 부적격 시비로 출근을 저지당하고 있고, KBS는 임기가 끝난 사장이 석 달 가까이 자리를 버티고 있다. 유례없는 방송계 인사 난맥상이다.

3기 방송위는 각 政派(정파)의 자기사람 심기 욕심으로 擧名(거명) 인사들이 자질 및 부적격 시비에 휘말려 예정일을 2개월 넘겨서 출범했었다. 그런 홍역을 치르고도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두 달 만에 물러났으니 청와대 인사검증이 또 한번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1개월 만에 물러난 위원장은 건강상 문제라고 한다지만 정무직 장관급 자리에 대한 인사정책이 이 정도로 경박한 수준인가 싶다. 더구나 엊그제 사퇴한 방송위원은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공직자에 치명적인 결함인 것이다.

방송위원은 KBS EBS MBC의 인사에까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스스로 엄정한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본인이 깨끗해야 다른 사람을 판단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임명장 잉크가 마르기 전에 다시 사표를 쓰는 인사는 정무직 차관급에 대한 사전 檢證(검증)이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이 방송위원 또한 자신을 검증하는 언론을 '표적 취재'라고 비난한 것은 스스로 자질 시비를 불러들인 것이다. 당사자는 언론의 역할을 누구보다 아는 언론학자 아닌가.

교육부 차관 출신의 EBS 신임 사장은 낙하산인사 논란과 함께 학위 취득 과정에 의혹을 사고 있다. 교육방송 首長(수장)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논란거리다. KBS 사태는 노조가 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어 폭풍전야다. 이 모두 정부의 과도한 '방송 욕심'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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