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는 것이 현대 여성들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하지만 최근 모유에 대해 주부들이 새삼 눈을 뜨고 있다. 얼마 전 분유 파동 등에서 볼 수 있듯 갈수록 분유에 대한 불신도 모유 수유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제2회 모유수유아 선발대회 대구대회는 신청 하루 만에 마감될 만큼 관심을 끌었다.
◆"아기의 미묘한 감정 느껴져요."
손예원(37·여·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씨의 얼굴엔 흐뭇함이 가득하다. 품에 안겨 씩씩하게 자신의 젖을 빠는 아기가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다. 손 씨는 "아기가 젖을 빨고 있는 동안 아기와의 미묘한 감정 교류가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혹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젖꼭지를 깨물기도 하고 엄마의 감정 상태를 신기하게 알아챈다는 것이다. 손 씨의 사랑을 듬뿍 먹어서일까. 기상호(생후 6개월) 군은 지난 14일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 대구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손 씨는 첫 아이를 가질 때인 2001년부터 줄곧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손 씨는 "임신 전부터 모유 먹이는 걸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에 별 다른 껄끄러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유 수유에 대한 부담도 있다. 2시간마다 한 차례씩 모유를 먹이다 보니 항상 아기 곁에서 대기해야 한다. 어디 잠깐 외출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손 씨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그 만큼 모유 수유에 대한 장점이 많은 것이다. 손 씨는 "아기가 아직 큰 병치레 한 번 없었고 엄마와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2년 동안 모유를 먹었다는 광석(5) 군은 아직 엄마 품에 파고들면서 자신의 젖꼭지를 만지면서 친근함을 표현한다고 했다. 손 씨는 "무엇보다 어머니한테 받은 걸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만족감과 뿌듯함을 항상 느낀다."고 웃었다.
◆모유 수유 늘곤 있지만…
모유는 신의 선물이라고들 한다. 그 어떤 음식도 따라갈 수 없는 완전식품이기 때문이다. 모유가 분유보다 전체적인 영양 면에선 뒤질 수 있지만 흡수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그만큼 영양이 아기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는 알레르기에 대한 면역성도 높고 정서적인 안정이 돼 뇌 세포 발육도 높은 편이다. 서순림 대구시간호사회 회장은 "궁극적으로 우유는 소를 위한 것이고 모유는 사람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최근 출산과 육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부모가 늘면서 모유 수유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 6월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젖을 먹이는 산모는 2005년 37.4%(출산 후 6개월 시점 기준)로 2001년의 9.8%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자신이 출산했을 때 모유를 수유할 계획인 사람도 79%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 가장 큰 장애는 여성의 사회 진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유 수유를 하는 건 너무 어렵다는 것이 일반 여성들의 의견이다. 요즘 유축기 등 모유를 돕기 위한 다양한 수유제품들이 나오곤 있지만 어지간한 의지와 인내가 아니면 모유 수유가 쉽지 않은 게 현실. 서 회장은 "앞으로 수유시설의 확충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모유 수유 Q&A
▷모유는 몇 개월까지 먹이는 것이 적당한가?
-보통 생후 6개월이 적당하다. 그 이후론 이유식으로 조금씩 바꿔가면서 횟수를 줄이고 12개월쯤부터는 일반 우유를 먹일 수 있다.
▷모유량이 적당한지 궁금하다?
-아기가 모유를 충분히 먹으면 빨고 삼키는 간격이 길어지고 입에 힘이 자연스럽게 빠진다. 또 빠는 것을 스스로 멈추고 젖에서 자연스레 떨어진다. 또 근육의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팔을 편다. 아기가 안정되어 보이고 스스로 잠이 든다면 모유를 충분히 먹은 것이다.
▷변을 자주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모유를 먹은 아기는 우유를 먹은 아기보다 배변의 횟수가 많다. 기저귀마다 계속 설사처럼 묻히기도 한다. 그런데도 보채지 않고 체중이 꾸준히 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임신하면 모유는 어떻게 되나?
임신해도 모유는 계속 나오지만 다음 임신이 되면 처음 아기는 충분한 기간 젖을 먹었으므로 젖을 떼는 것이 산모의 건강에 좋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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