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산 사람 없는데 물량은 매진…'안개 속 유통'
밥쌀용 수입쌀 시판 6개월. 지난 3월 수입된 쌀(2005년도 수입분)이 모두 팔리는 등 수입쌀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수입쌀을 국산쌀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속출해 유통과정에서 수입쌀과 국산쌀을 명확히 구분하는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산물유통공사 대구·경북지사에 보관돼 있던 중국산 쌀과 미국산 쌀은 각각 지난 7월 24일과 지난달 4일을 마지막으로 모두 팔렸다. 중국산 쌀 3천329t과 미국산 쌀 863t이 4월 5일 첫 공매이후 모두 바닥난 것. 전국적으로도 태국산 쌀을 제외한 2만 2천여t이 지난 달 중순 완전 매진됐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이달 안으로 2006년 의무분 수입 절차에 돌입한다."며 "국제입찰 공고후 4개월간의 과정을 거쳐 내년 2월쯤 첫 시판에 나설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2006년분 총 수입쌀은 3만 4천429t으로 2005년분보다 1만 2천여t 늘어나며 국가별 물량은 중국이 가장 많고 다음은 미국, 호주, 태국 순.
이런 가운데 2005년분 수입쌀을 국산쌀로 둔갑시키는 유통 구조에 대한 불신과 2006년분 이후 유통과정에서의 정부 대책을 호소하는 농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한농) 경북연합회 이일권 부회장은 "수입쌀이 모두 팔렸다는 데 누가, 언제 , 어디서, 어떻게 수입쌀을 유통시키는지 전혀 알수 없다."며 유통의 투명성 보장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중간 유통단계에서 수입쌀을 국산쌀로 둔갑시키는 부정유통이 속출하는데다 수입쌀 최대 소비처인 음식점들이 수입쌀을 섞어 밥을 짓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싼값의 수입쌀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대구시내 일부 음식점들은 식재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산 쌀을 거래했으며 이제는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쌀 26t을 공매한 대구 달서구 한 양곡업체는 "200곳에 이르는 거래처식당 중 30% 이상이 매일 20kg짜리 중국산 쌀을 사 갔다."며 "지난달 초 물량이 끊긴 이후 '중국산쌀을 구할 수 없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쌀이 인기를 끌었던 지난 달까지 대구 수성구 들안길 식당가에서는 '중국산 쌀을 판다.'는 전단지까지 나돌아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경북지원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급증하는 부정유통 사례는 수입쌀 유통구조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7월말까지 전국 19건의 부정유통 적발사례 가운데 5건이 대구·경북에 몰려 있다. 중국산쌀이 '낙동강 청결미'라는 이름으로 구미의 한 떡 방앗간에 납품됐고 '안계쌀' 상표를 단 중국산 쌀이 대구의 12개 소형 마트에 풀렸던 것.
중국산 쌀이 동나자 국산쌀과 맛, 모양이 다른 미국산 쌀을 국산쌀과 섞어 파는 부정유통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농관원은 지난 달 초 미국산 쌀과 국산쌀을 혼합한 뒤 국산표시 포장으로 거래처에 판매한 상주의 한 정미소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다.
한농 경북연합회측은 "수입쌀 유통구조를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며 "국회에서 추진하는 양곡유통 투명화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도입에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 농민의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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