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역사 새로 쓰는 '괴물' 유현진

입력 2006-09-21 08:09:12

'괴물 루키' 투수 유현진(19.한화)은 올해 한국 프로야구가 건져 올린 최고의 보배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프로야구사를 새롭게 쓰며 기록을 살찌우고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25년 간 어떤 신인도 해내지 못했던 금자탑을 세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내기 투수 기록에 관한 한 유현진의 행보는 놀라움 그 자체다.

'150㎞대의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야구계의 속설에 걸맞는 빠르고 묵직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 팀 선배 구대성으로부터 전수 받은 체인지업,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갑자기 휘는 슬라이더 등 빼어난 구질을 갖췄다.

여기에 신인 답지 않은 칼날 제구력과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은 유현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정교한 컨트롤이 동반된 좌완 강속구 투수 유현진은 삼진 잡는 '닥터K'로서 면모가 돋보인다.

지난 4월12일 LG를 상대로 신인 데뷔전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10개)을 세우더니 지난 달 18일 또 LG를 제물로 김진우(KIA)가 지난 2002년 수립한 한 시즌 신인 최다 탈삼진 기록(177개)까지 갈아 치웠다.

현재 시즌 196개의 탈삼진으로 4개만 더 보태면 대망의 200탈삼진 고지를 밟는다.

지금까지 삼진을 200개 이상 잡아낸 선수는 '사부'인 최동원 한화 2군 코치와 '국보급 투수' 명성의 선동열 삼성 감독, 그리고 주형광(롯데), 장명부(삼미), 에르난데스(SK), 정민철(한화), 김시진(삼성) 현대 코치 등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은 대스타들이었다.

앞으로 1∼2경기 더 등판하는 유현진이 지난 1996년 주형광 이후 10년 만의 토종 투수 200탈삼진을 돌파하는 건 떼어놓은 당상이다. 입단 첫 해 투수로 누구도 하지 못했던 대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다승 부문에서도 유현진의 거침 없는 행군은 멈추지 않고 있다.

유현진은 20일 삼성과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 '적장' 선동열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7⅓이닝 4안타 3탈삼진 3볼넷 무실점 쾌투로 시즌 18승째를 올렸다.

지난 1992년 염종석(롯데)의 고졸 신인 최다승(17승)을 갈아 치웠고 1986년 김건우(MBC)의 역대 신인 한 시즌 최다승기록(18승)과 타이를 이뤘다.

1승을 추가하면 신인 최다승 주인공이 되고 2승을 보태면 1999년 정민태(현대) 이후 7년 만의 20승 투수 계보를 잇는다.

또 방어율도 2.19로 낮추며 이혜천(두산.방어율 2.61)을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유일하게 지난 1989∼91년까지 3년 연속 기록했던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방어율.탈삼진)을 15년 만에 달성할 꿈이 무르 익고 있는 것이다.

올 해 신인왕을 점 찍어 놓은 유현진이 이 같은 기세라면 22년 만에 타격 3관왕(홈런.타율.타점)에 도전하는 '토종 거포' 이대호(롯데)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상도 겨뤄볼 만하다.

유현진은 18승 직후 인터뷰에서 "삼성전 기록이 좋아 자신이 있었고 6회 만루 위기를 넘겼을 때 승리를 확신했다. 많은 상을 타고 신기록을 세우는 건 뜻 깊지만 팀 성적이 가장 우선"이라며 자신의 성적보다 팀의 4강 진출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하와이 스프링캠프 때 8∼10승 정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량과 위기 관리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 내가 봤던 특급 신인 박명환, 구자운(이상 두산)을 능가한다. 타고난 체력 조건에다 항상 연구하는 탐구심이 장점이다. 19승을 하면 20승 기회를 주고 싶지만 투구 수가 많기 때문에 19승 이후 몸 상태를 보고 다음 등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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