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내 독서환경 조성을"…이경희 독서지도 강사

입력 2006-09-19 07:25:30

"최근 독서 지도 사교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건 그만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7차 교육과정 도입 이후 독서·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아직 학교에서는 풍부하고 비판적인 책 읽기를 원하는 부모.학생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경희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 독서지도 강사는 3년째 독서지도사 양성반 강의를 맡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실천할 만한 독서지도법을 들어봤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물론 있습니다. 이 때는 호기심을 보이는 분야의 책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룡이나 자동차, 동물 등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저학년, 유아일 경우에는 어머니가 직접 읽어주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들도록 하라'. 언뜻 쉽게 들리지만 아이 스스로 책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가 조급함에 쫓겨 독서나 독후활동(감상문 쓰기 등)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는 평상시 독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TV나 식탁 위, 방바닥 등 아이의 손과 눈이 쉽게 가는 곳에 책을 놓아두세요.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은 장식품일 뿐입니다. 자연스레 책을 접할 수 있는 서점이나 도서관 나들이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가 책을 골라줄 때는 유의할 것이 많다.

"TV 드라마에 편승한 단행본 만화는 내용이 조잡하거나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저학년기에 만화에 빠져들면 고학년에 올라갔을 때 호흡이 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만화 말풍선은 두세 줄이 고작이니까요."

천재성을 과장한 고전 위인전류도 아이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역사 속 인물이라면 그 시대 배경(일제 강점기, 임진왜란 등)을 함께 알아보는 것이 좋고, 근·현대사의 위인부터 먼저 접해보는 것도 권할 만 하다.

이 씨는 특히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머니는 TV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으라'고 아이에게 지시하는 것은 최악. 내키지 않는 독후감을 쓰게 하기보다 책 읽은 내용을 대화하면서 '주인공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하고 비판적 생각을 갖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나 문학기행, 박물관 답사를 통해 책 내용을 눈과 발로 직접 확인하는 것도 훌륭한 독후 활동이다.

최병고기자 사진 정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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