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2,3등 인정 안하는 이상한 체전

입력 2006-09-19 07:31:03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대구팀이 거둔 성적에 대해 말이 많았다. 공식적으로 시·도별 성적이 발표된 적이 없다. 다만,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 시·도별 금메달 획득 수와 그에 따른 순위를 게재하였을 뿐이다. 이 순위 때문에 말이 많은 모양이다. 금메달 획득수로 매긴 성적과 총 획득 메달 수로 매긴 성적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소년 체전은 1만 2천명이나 되는 초등학교, 중학교 선수가 참가한다. 각 종목에서 3위 안에만 들어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오로지 금메달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은메달, 동메달은 아무 소용도 없다. 참으로 놀랍다.

이는 성인 선수 수급을 위한 유소년 선수 확보의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기량이 출중한 어린 선수를 조기 발굴하여 세계 유명 선수로 키우는 일은 좋다. 그런데, 2등한 선수를 죄인처럼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체육계 내부에서도 전국체전처럼 종목별 순위에 따른 점수를 부여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배점이 낮은 개인 종목은 고사당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단체·인기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OECD 가입국,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에서 아직도 금메달에만 매달려야 할까. 선수 한 사람을 발굴하기 위해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사기를 꺾어놓는 일은 옳지 않다. 공부건 운동이건 '과정의 아름다움'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결과만 중시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엘리트 중심의 학교 체육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학교마다 체육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선수 1명을 지키는 것보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을 운동장으로 불러내는 일이 시급하다. 스스로 좋아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멀리 보고 생활 체육, 동아리 체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학교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연봉 51억원을 받는 박지성은 수많은 축구 선수 중 아주 특별한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도 2, 3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지속적으로 범해야 할까?

2, 3등을 인정해도 대한민국 체육은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 쇠퇴는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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