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개대 인문대학장협의회 26일 구성 논의
고려대학교 문과대 교수 20여명은 15일 오전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인문학의 위기 타개를 촉구하는 '인문학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문과대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연속 기획 심포지엄('자유·정의·진리 : 시장 근본주의를 넘어서')에 앞서 문과대 교수 121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발표한 선언문에서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으로 인문학의 존립 근거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급속한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도덕의 해체, 생명 경시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때일수록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제시하는 인문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광 문과대 학장은 "그동안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글이 산발적으로 발표되기는 했지만 교수들이 한 목소리로 위기 타개를 촉구하는 것은 이번이처음"이라고 이번 선언의 의미를 부여했다.
박동건 문과대 부학장은 "인문학의 위기란 극단적 상업주의로 흘러가는 시대를 잘못 읽은 인문학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인문학의 위기는 사회적 현상이고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결부된 것이므로 인문학을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사회적 인식도바뀔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학자들이 나서서 선언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그러나 인문학 위기 상황의 진단과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마땅한 타개책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호철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과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사회와 학계의 관심을 호소하고 인문학 연구자들의 책임 의식을 불러일으키려는 학문적 선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희덕 전 연세대 문리대 학장도 "1990년대부터 경제성장이주춤하고 2000년대 들어 대학 모집정원이 고교 졸업생수를 넘어서면서 인문학의 위기가 두드러졌다"며 "하지만 당면한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오는 26∼27일 한국학술진흥재단과 전국 인문대학장단이 이화여대에서 '열림과 소통으로서의 인문학'을 주제로 '인문주간' 첫 행사를 개최하며 이 자리에서 전국 인문대학장들이 인문학 위기와 관련된 선언을 하고 인문대학장협의회 구성을 논의한다.
이번 행사는 올해 초부터 서울대와 고려대·연대·이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건국대 인문대학장들이 인문학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공동 모색해 오던 중 구체화 됐으며 열흘 전 전국 110여개 대학 인문대학장에게 행사소개와 협의회 구성 논의에 대한 공문을 보내 80여개 대학으로부터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다. 행사 주관학교인 이화여대의 서숙 인문과학대학장은 "인문주간 행사에서 인문학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며 그 중 한 가지 방안으로 인문대학장협의회 구성을 함께 고민하려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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