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산다] '쿨함'은 '나'를 고집하는 것

입력 2006-09-15 11:44:47

요즘 신세대들은 '쿨(cool)'함을 추구한다. 이 '쿨'이라는 단어는 신세대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해 주는 단어로 거의 '신성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고방식에서부터 행동, 외모까지 '쿨하다'는 한마디로 묶어낼 수 있다. 과연 '쿨함'의 본질은 무엇일까? 경북대학교 홍보도우미 학생들과 함께 '쿨함'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4명의 학생 모두 '쿨한 사람'이라는 말은 듣고싶다고 했다.

# 아내가 결혼했다. 정말 쿨해?

쿨하다?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단어는 언제, 어느 때나 쓰일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한창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로 말문을 열어봤다. 이 소설에는 너무나도 '쿨'한 아내가 등장한다. 결혼을 했지만 얽매이기 싫어하는 그녀. 그녀는 일부일처제라는 사회적 제도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고수한다. 제목과 똑같은 줄거리다. 한 남자와 결혼했지만 또 다른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서 또 한번의 결혼을 감행한다. '도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극단의 쿨함이다. 이 스토리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이남규(20.여.응용생명과학부)='쿨하다'라는 단어를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 같다. 바람둥이들이 '난 쿨하니까'라는 말로 바람기를 은연중에 포장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쿨하다는 이름으로 남을 농락하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쿨하다'라는 말로 설명하지만 입장 바꿔 남편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정말 쿨할 수 있을까? 울며겨자먹기로 아내의 또 다른 결혼을 지켜보지만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한민국(22.경제통상학부)=그녀는 사회적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삶에 충실했다. 남들이 어떻게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이끌어 가는 것.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방식이 아닐까? 그녀가 사랑하는 두 남자를 모두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그녀라고 힘든 것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인 규범을 깨부수고 '나'를 고집한다는 것은 그로인해 생겨날 모든 비난과 어려움을 감수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김세랑(20'여'독어독문학과)=결혼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충실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이를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제멋대로 또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쿨한 것이 아니라 '방종'이다.

# 쿨함. 이기적 유전자?

쿨함에 대한 수다는 마구잡이로 뻗어 나갔다. 결국 이야기가 모아진 것은 '쿨함은 이기적인 요소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아무래도 서구에서 들어온 개념이기에 개인주의적인 요소가 상당히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리라.

△최종명(21.전자전기컴퓨터학부)='쿨하다'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며,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쿨한 사람은 자기가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고 챙길것만 분명히 챙긴다. 과연 이렇게 살아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온정주의'의 병폐를 해결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쿨함에 있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남에 대한 배려없는 쿨한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다.

△김세랑='쿨하다'는 표현이 '멋지다'라는 의미로 사용될 때는 나도 '쿨한 여자'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쿨함'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맺고 끊음이 분명한 사람. 일에 있어서 쿨함은 좋을 수 있겠지만 사람 사이에서 쿨하게 사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정'으로 만들어가는 사람 관계에서 욕 먹기 십상인 스타일이다.

△한민국=남에 대한 배려라는 것은 결국 남에게 얽매여 나를 포기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살고싶지는 않다. 나는 쿨한 사람이다. 할 말이 있으면 주저없이 내뱉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데도 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정말 '쿨하게' 끝내는 편이다. 이렇게 하는데는 물론 대가가 따른다. 남들에게 '당차다',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고,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그 감정에 연연하기보다는 앞날만 보며 달려간다. 내 삶의 주체는 나고, 감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도 '내'가 되어야 한다.

△이남규='쿨하다'는 말에는 개인 차가 있는 것 같다. 다들 쿨한 삶을 추구하지만 어느 정도선까지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근본적으로 적은 사람일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애정이 깊어 마음을 다치기 전에 '쿨함'을 가장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경우도 있겠다. 어쨌든 근본적으로 바탕에 깔린 개념은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이 아닐까? (2006년 9월 14일자 라이프매일)

글·사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