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1974년 지하철문화를 기대하며…

입력 2006-09-14 07:34:19

1974년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지하철시대가 시작됐다.

1927년 개통된 일본의 지하철은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들에게 만화는 생활이자 문화이다. 잠깐의 자투리 시간에도 만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어 일본을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의 세계제일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뉴욕의 지하철은 '낙서예술'로 유명하다. 미국영화에서 쉽게 보듯이 그들은 지하철의 벽과 전동차에 마음껏 낙서의 끼를 발휘한다. 뉴욕이 파리보다 현대예술의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행동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시민의 의식에 있지 않았나 싶다. 지하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지하철은 예술의 도시다운 면모가 지하에도 스며 있다. 깔끔한 광고판과 문화포스터가 시원스럽게 정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문화는 조심스럽게 실험적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구에는 대구지하철공사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문화의 장으로 쓰일 수 있는 장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그러한 문화의 프로그램을 담기에 노력은 보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서의 공간은 삭막하고 썰렁하기만 하다. 공공의 성격이 강한 역사로서의 공간. 특히 지하의 공간은 건강한 건축적 공간이어야 한다.

건축은 조각과 조소와는 달리 바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살아야 한다. 웃고 울고 마시고 배설하고 노래하고 춤도 춘다. 이런 다양한 행동양식을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 건축인 것이다. 우리는 해방이 되면서 살아야겠다는 일념하에 건물 짓기에 바쁘다보니 건축을 고민하는 기회가 전무했다. 특히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는 바라만 보는 조소나 조각의 작품으로서의 시설물보다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건축공간으로서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하겠다.

얼마 전 대구에서 지하철 3호선의 설계용역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대구도 본격적인 지하철의 시대가 도래되었음을 실감한다. 북구 칠곡에서 수성구 범물동까지 이르는 23.95km의 3호선은 또 다른 자본과 인구의 이동을 예견하게 한다. 필자는 지하철이 안전성과 편리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물리적인 이동과 더불어 건강한 문화의 연속되어지는 고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 지하철은 물리적인 교통수단으로만이 아닌 컬러풀한 색동의 문화를 연결시켜 주는 고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매듭 매듭의 정거장은 고유한 컨텐츠를 담는 전시·문화의 공간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마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격자형의 회색 도시에 칼라풀한 색동의 선이 도시에 활력을 주고 삶의 리듬을 줄 것이다. 시원한 녹색의 신천대로와 함께 어우러지는 색동의 3호선을 그려 본다. 친환경 도시공간 속에서 풍성한 문화행사가 이루어지는 건강한 지하철문화의 표준이 되길 기대한다.

김경호 아삶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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