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가로수를 왜 뽑지?"

입력 2006-09-13 10:09:16

7년간 대구 2천6백그루 교체…수성구만 "우린 안 베"

대구 서구 비산동 '달서천 복개도로' 비원교와 경일중학교 사이 8백m 구간.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이 길에 있었던 높이 10m가량의 양버즘나무 100여 그루가 최근 갑자기 사라졌다. 모두 30년 가까이 된 나무.

멀쩡한 나무가 잘려나간 이유는 서구청의 '가로수 수종 교체 계획' 때문. 서구청은 이 나무에서 꽃가루가 날리는데다 벌레도 많아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며 7천800만 원을 들여 모두 잘라내고, 키 4m짜리 느티나무를 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청의 설명과 달리 이 동네 주민들은 "뽑는데만 수백만 원이 들 만큼 키가 큰 나무를 잘라내고 키 작은 나무를 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구청의 가로수 행정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수십년씩 자란 큰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수종의 가로수를 심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로수 수종 변경이 필요하다는 일부 구청의 입장과 "명백한 재정 낭비"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는 것.

서구청은 "가로수는 동일노선, 동일수종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 대구시 방침이어서 평리교~비원교 사이에 심어진 느티나무 200여 그루와 연결, 통일감을 살리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구청이 문제삼은 양버즘나무는 대구시가 다음 달 확정·발표할 예정인 '가로수 수종정비계획'에도 큰 문제가 없는 수종으로 나와 있다. 굳이 양버즘나무를 잘라낼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

서구청 뿐만 아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남구에서 759그루의 가로수가 새로운 수종으로 바뀐 것을 비롯, 대구시내 전체에서 7년 동안 2천639그루의 가로수가 다른 수종으로 대체됐다.

올 들어서도 대구시내에서는 7개 구간에서 가로수 교체 사업이 이미 끝났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관련, 7년동안 19그루의 가로수만 다른 수종으로 대체했던 수성구청의 경우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 대조적이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양버즘나무의 경우, 광고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교체계획은 없다는 것. 수십년동안 키운 나무를 베어내서는 안된다고 이 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수성구청은 양버즘나무를 베어내는 서구청과 달리 유럽풍 도시 이미지 연출을 위해 오히려 수성구 수성로와 상동로 뒷길 및 힘찬3길(경신고입구) 등 3개 구간 4.8km의 1천79그루 양버즘나무를 동일높이와 사각상자 모양으로 가지치기를 해 새 볼거리를 만들었다.

영남자연생태보전회 류승원 회장은 "다 자란 가로수를 잘라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녹음을 되찾을 때까지 주민들이 수십년을 참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가로수 교체의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경북대 조경학과 박인환 교수도 "나무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큰 하자도 없는 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나무로 교체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처사"라며 무분별한 수종갱신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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