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철 "대본 필요하면 미련 없이 접겠다"

입력 2006-09-09 01:23:46

KBS2 '개콘'의 '마빡이' 코너로 인기 폭발

앞 이마를 훤히 드러낸 정종철이 웃음을 머금고 이마와 무릎을 두드리며 등장한다. 눈을 내리깐 채 빠른 손놀림을 계속한다.

별다른 대사도 없다. 계속되는 '노동'에 지쳐가는 정종철은 헉헉대며 "이게 재미있어 보이냐" "박수치지 마라. 공연 길어지니까" "우리 코너는 말이여~ 이게 다여"라고 한마디씩 툭툭 던진다.

이런 가운데 '마빡이'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반면 정종철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힘에 부쳐 무릎을 꿇게 되고, 결국에는 무대에 주저앉고 만다. 그러면서 외친다. "이름 부르지 말고 빨리빨리 해" "아~ 아~ 힘들어."

이처럼 활자로 옮겨지면 쉽게 웃음이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그런데 눈과 귀로 이들의 공연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다.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정종철은 "7년 만에 처음으로 '개그콘서트' 공연장에서 관객이 '앙코르'를 외쳤다"고 말했다.

불과 방송 2주밖에 안된 KBS 2TV '개그 콘서트'의 코너 '마빡이'가 온라인 검색어 1위에 오르내리는 등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마빡이'지만 불과 한 달 전에는 방송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과연 녹화가 가능할지 의문이었어요. 대학로 공연장에서는 검증을 거쳤지만 방송에서 통할 수 있을지 부담이었죠. 그런데 PD가 과감하게 무대에 올렸어요. 그러자 제가 출연한 코너 가운데 가장 빠르고 뜨겁게 반응이 왔어요."

사실 '마빡이'는 2000년부터 대학로 공연장에서 선을 보였다. 처음에는 정종철 혼자 무대에 올라간 후 이마만 두드리다가 들어왔다.

그런데도 관객은 배꼽을 잡고 자지러졌다. 그러자 박준형, 임혁필, 이승환 등이 가세해 짝을 이뤄 코너를 이끌어갔다.

정종철은 "2004년 공연 후부터 대학로 무대에 서지 않다가 올해 여름 '갈옥쇼' 공연을 하면서 이 코너를 다시 올렸다"면서 "현장 관객의 반응을 재확인 후 방송까지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힘들어하는 동작'을 개그 소재로 삼기 위해 춤을 생각했다. 하지만 춤에 능숙하지 않은 그는 머리 때리기로 동작을 바꿨고 그게 '대박'으로 연결됐다.

'마빡이'의 인기를 두고 일부에서는 공개 코미디에 밀렸던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가 부활했다는 평가도 한다. 하지만 '마빡이'는 1970~80년대 배삼룡, 심형래 등이 맞고 때리며 웃음을 자아냈던 코미디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마빡이'의 출연진인 정종철, 박준형, 김시덕, 김대범 등은 미리 대사를 정하지 않는다. 때리고 부딪히는 상황을 정교하게 짰던 심형래식 코미디와의 차이점이다.

"대본이 없어요. 나갈 때마다 대사가 달라지죠. 다양한 경우의 수를 포함한 큰 틀을 정한 후 대본 없이 무대에 올라요. 이미 4년 넘게 공연 무대에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순발력과 노하우는 강합니다."

그만큼 이 코너는 즉흥성에 무게 중심을 뒀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상황을 짜내거나 대본을 미리 정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다음 주라도 미련없이 코너를 내리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마빡이'는 관객과의 의사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코미디와 또 다른 색깔을 드러낸다. 출연진 간의 대화보다는 관객의 반응을 이끌고 이에 대응하는 대사가 훨씬 많다.

아울러 '자학 개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종철은 "개그맨은 요리사에 비유할 수 있는데 우리는 심혈을 기울여 반찬을 내놓아 시청자를 웃길 뿐"이라며 "맛보는 분 모두가 맛있게 느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녹화 때는 너무 힘들어 팔에 알이 밸 정도"라며 "하지만 제 아내는 '이참에 운동 삼아 땀을 빼니 좋다'고 말하고 있다"며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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