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고개 숙이고 등교하는 고3

입력 2006-09-05 07:14:18

등굣길 교문에서 바라보는 고3 학생들 대부분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밤늦게까지 한 자율 학습에 지친 때문일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때문일 것이다. 쳇바퀴 돌듯 하는 생활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전혀 예측 못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느라 고개를 들 여유가 없단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때문에 일어나는 일은 천태만상이다. 수업 중에 벨이 울리거나, 책상 아래서 문자를 보내는 등은 보편적인 일이다. 시험 부정에도 동원되고 현장 고발 취재용으로도 휴대전화가 쓰인다. 교사가 휴대전화를 임의로 압수·영치(?)하여 학생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전국 초·중·고 교장, 교감과 장학사, 교육연구사 100여 명이 함께 연수를 받는 곳에서도 휴대전화가 문제였다. 의자 아래로 몸을 숙이는 분, 밖으로 나가는 분, 손으로 가리는 분, 뻔뻔하게 받는 분 등 모습만 달랐지 대부분 통화는 하고야 말았다. 결재권을 가진 분들이니 긴급한 결정을 하여야 할 때도 많았겠지만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교육계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모인 곳에서도 그러니 학교에서야 오죽할까. 이런 까닭에 이미 많은 학교에서 휴대전화와 관련한 규정이나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수업 중 사용을 금지하거나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학교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시험 기간 중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

이제는 소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휴대전화의 눈부신 진화로 앞으로는 더 많은 일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MP3, 사진 촬영, 녹음, 게임은 물론 전자사전, 인터넷 검색, TV 등의 기능까지 담고 있어 쓰임새도 엄청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의 바른 사용법, 사용 예절 등에 대해 교육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교육 활동에 방해되는 요인을 분석하고, 예방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원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도출해야 한다. 교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도 필요하다.

휴대전화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학교에서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한 학급 학생 모두가 동시에 알람이 울리도록 하여 선생님을 놀라게 하였다는 만우절 이야기처럼 깜찍하고 예쁜 쓰임이 많아지도록.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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