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김모(45) 씨.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 신축 공사장에서 내·외부 도색을 해주고 받기로 한 임금 1천200만 원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
이 공사 현장에서 김 씨처럼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은 무려 10여 명. 수개월째 임금 지급을 미루기만 하는 원청업체를 찾아가 시위까지 벌였지만 업체 대표는 날짜를 미루기만 하는 형편.
김 씨는 "수일 내로 업체대표를 만나 담판을 짓기로 했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며 "명절이 다가오는데 다른 일도 못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추석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고질적인 임금체불은 숙지지 않고 있는데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 줄어들 기미를 보이던 부도업체 수도 다시 증가세를 기록, 추석밑이 자꾸 어두워져가고 있다.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대구·경북지역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은 551억 원(5천286건)에 이른다.
물가 상승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지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3.1% 올라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2.9% 보다 높은 수치.
특히 장바구니 물가를 대표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뛰어오르면서 서민들의 시름을 더했다.
품목별로는 장마와 폭염 등의 여파로 채소류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2.3% 올랐다. 수박이 82%나 오른 것을 비롯, ▷부추 77.2% ▷가지 75.8% ▷깻잎 66.1% ▷풋고추 56.6% ▷참외 52.3% ▷당근 46.5% ▷고등어 44.7% ▷배추 38.8%가 치솟았다.
대구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사과의 경우, 지난달 31일 15kg 한 상자에 5만 2천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날에 낙찰됐던 3만 원에 비해 43%나 비쌌다. 수박은 개당 1만3천500원으로 4천 원이 올랐고 배추는 5t 트럭이 41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값이 올랐다.
주부 이선희(37·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장을 보러 나설 때마다 오르는 물가에 겁부터 날 정도"라며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남편 회사 사정이 어려워 상여금마저 없어질 판이어서 당장 어떻게 명절을 보낼 지 걱정"이라고 한숨쉬었다.
부도업체 역시 증가세를 보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구지역 당좌거래정지 업체는 모두 19곳으로 6월(13곳)에 비해 32%나 불어났다. 당좌거래 업체는 지난 3월 23곳, 4월 22곳에서 5월에는 9곳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8월 들어 지역기업들의 체감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자금조달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같은 사정은 9월 들어서도 좋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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